|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22일 폐지되며 휴대폰 시장은 완전한 자율경쟁 체제로 전환됐다. 소비자에 지급되던 지원금의 상한선이 사라지는 것이므로 표면적으로는 혜택이 커진 것처럼 보이나 개별 매장마다 단말기 보조금 규모가 달라 현명한 구매 방법이 고민된다.
기존 단통법 체제에서는 이통사가 정한 공시지원금(공통지원금)에 더해 공시지원금 15% 이내의 추가지원금만 합법이었다. 때문에 특별한 '성지'를 찾지 않는 한 가격이 대체로 비슷했다. 앞으로는 같은 이통사의 대리점이라도 매장마다 판매 가격의 차이가 나게 된다.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됐던 매장의 추가 지원금 상한이 사라져 매장별로 재량껏 혜택을 줄 수 있다.
20~22일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모여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용산 전자랜드를 찾아 휴대폰 견적을 비교해봤다. 한 매장에서는 출시 두 달도 안 된 갤럭시S25 엣지(출고가 149만6000원)를 기기값 18만원에 제시했다. 8만5000원 요금제 6개월에 4만5000원 이상 요금제 18개월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또 다른 매장에선 애플의 최신작 아이폰16을 15만원에 판매했지만 이 역시 10만원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해야 하며 나머지 18개월은 4만5000원 이상의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성지’로 불리는 일부 매장에서는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고가 요금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해 총납부액을 따져보면 매장이 할인해준 단말기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직 단통법 폐지 이후의 이통사별 새 정책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는 단통법 폐지로 향후 소비자 혜택이 커질 것으로 본다. 한 대리점 직원은 “일주일 내에 새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그때가 되면 현재보다 단말기 가격이 10만원 이상 저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지금은 추가지원금이 7만5000원이나 앞으로는 매장지원금으로 전환돼 더 큰 혜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법이 11년만에 폐지되는 것이어서 어떤 식으로 영향이 올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당분간은 경쟁사들이 함께 며칠 간격으로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 혜택은 확대될 여지가 있다. 기존에는 공시지원금이 아닌 25%의 요금할인을 선택하면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25%의 요금할인을 선택하더라도 추가지원금 중복 혜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 조건이 눈에 띄지 않게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가지원금 제한이 사라진 만큼 약정 조건도 더 까다로워졌다. 약정 기간 요금제나 통신사를 변경하면 받은 지원금보다 큰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단통법 폐지 이후 음성적으로 제공되던 제휴카드 할인, 쿠폰 할인 등도 ‘추가지원금’으로 간주돼 약정 해지 시 위약금 산정에 포함된다.
이날 전자랜드를 찾은 한 소비자는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오히려 더 속을까봐 불안하다”며 “이곳저곳 상담을 받아보니 선택약정을 하더라도 고가 요금제를 가입하지 않으면 체감 혜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단통법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휴대폰 구매 시 소비자가 정보를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다만 이제는 공시지원금 금액 표기가 의무가 아니게 돼 선택약정과의 비교가 더 어려워졌다. 매장별로 추가지원금 규모도 다르기 때문에 발품과 정보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단통법 폐지 이후 ‘호갱’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온라인 휴대폰 커뮤니티 가입자는 급증했고 오픈채팅방에는 각종 대리점 견적을 공유하며 판단을 구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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