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실하게 빚 갚는 이들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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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성실하게 빚 갚는 이들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

이데일리 2025-07-23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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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죽기 전에 빚을 정리하고 싶다.”

20년 넘게 계좌가 압류돼 현금으로만 생활하던 70대 가정부가 개인회생을 신청하며 남긴 말이다. 그는 36개월간 한 번도 빠짐없이 변제를 이어간 끝에 채무의 86%를 감면받고 면책 결정을 받았다. 마침내 생애 첫 ‘빚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모야모야병에 걸린 딸의 치료비로 빚이 9000만원을 넘었던 50대도 있었다. 그는 동반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결국 회생법원에 직접 찾아갔다. 법원은 그의 회생 의지를 받아들였고 그는 채무의 90%를 감면받았다. 이들은 단순한 ‘빚 탕감’이 아닌 스스로 회복하는 길인 ‘회생’을 택했다.

이재명 정부는 ‘배드뱅크’라는 이름의 빚 탕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 연체자에게 숨통을 틔우는 취지지만 ‘조건 없는 구제’는 ‘조건 있는 성실함’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조건 없이, 노력 없이 이뤄지는 구제는 성실한 채무자에게 박탈감을 주고 제2·제3의 채무를 유발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빚은 금액으로만 따질 수 없다. 빚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삶을 가른다. 빚 탕감 정책이 단기적인 처방이라면 개인회생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빚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장기적인 해법일 것이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개시결정 인용자는 약 10만명이다. 변제계획 인가를 받은 사람은 8만 2000여명이다. 구제를 원한다고 누구나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개인회생 중도 포기율이 2년새 75%나 급증했다는 통계는 이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국가는 이런 이들을 응원해야 한다. 쉬운 빚 탕감보다 다시 서려는 사람에게 제도적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개인회생 제도는 그간 역할을 묵묵히 해왔다. 문제는 이 제도를 충분히 알지 못하거나 너무 늦게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정부에 의존하는 손쉬운 빚 탕감’이 아니라 ‘스스로 재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법과 시스템이다. 정부는 빚 탕감 정책을 논하기 전에 개인회생 제도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알려 ‘진정한 재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사 사무실 앞에 개인회생 입간판이 서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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