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단 구석, 작은 하천 옆, 동네 공터. 초록 줄기 위로 작고 붉은 꽃이 피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지나친다. 흔하고 별 의미 없어 보이는 풀 한 포기처럼 보이지만 여뀌는 삶아내면 고급 산채 못지않은 향과 맛을 낸다.
여뀌는 예부터 나물로 먹거나 약으로 썼다. 손쉽게 채취할 수 있는 여뀌는 일부 산채 전문 식당에서 고급 재료로 쓰인다. 자연산 여뀌는 유기산 성분이 많아 은은한 신맛이 돌고 풋풋한 향이 강하다. 고들빼기나 씀바귀처럼 입맛 돋우는 특유의 쌉쌀함도 있다. 뿌리부터 줄기, 잎까지 전부 식용이 가능하다.
잔디인 줄 알았는데… 여름이면 고개 드는 산나물
여뀌는 마디풀과에 속한다. 줄기가 마디마다 뚜렷하고 옆으로 기어가듯 자란다. 수분이 많은 곳, 햇볕이 반쯤 드는 곳이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 도시 외곽이나 공원 화단, 논두렁, 아파트 조경수 아래에도 군락을 이룬다.
종류는 털이 없는 민물 여뀌, 억세고 향이 강한 참 여뀌, 붉은 꽃이 피는 개여뀌, 독성을 가진 범부채 여뀌까지 많다. 이 중 식용으로 쓰는 건 주로 참 여뀌로 모양은 길쭉한 잎에 뾰족한 끝이 특징이고, 줄기 마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꺾으면 생풀 특유의 냄새가 난다.
산에서는 5월부터 자라 7월이 수확 적기다. 다만 습한 저지대에서는 8월까지도 연한 줄기를 채취할 수 있다. 여름 나물 중에서도 향이 강하고 조직이 단단해 데쳐도 쉽게 물러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씹히는 질감 덕분에 고기 요리 곁들이거나 비빔밥 재료로 인기다.
산채 중에서도 은근히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
여뀌는 예부터 입맛 돋우는 데 쓰였다. 향이 강하고 쌉쌀한 맛이 있어 입맛 떨어지는 여름철, 차게 무쳐서 밥에 얹어 먹기 좋다. 이소플라보노이드, 탄닌, 비타민 C, 루틴 등이 풍부하고 항균 작용이 있다고 전해졌다.
특히 산 여뀌는 들에서 자라는 개여뀌보다 향이 진하다. 다소 질기고 억세 보여도 손질만 잘하면 부드럽게 무쳐진다. 삶은 뒤 된장에 조리거나 고추장 양념에 무쳐도 잘 어울린다.
자연산 여뀌를 채취해 말려두면 1년 내내 쓸 수 있다. 채취 직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물기를 빼서 말리는 방식이다. 잘 말리면 봄나물 특유의 흙내가 은은하게 배어든다.
도심에서도 자라지만 함부로 채취하면 벌금
여뀌는 사람 손을 타지 않아도 잘 자란다. 뿌리가 튼튼하고 마디마다 번식력이 강하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해마다 새순을 틔운다. 도시의 조경용 수목 아래, 인도 변 콘크리트 틈에서도 뿌리를 내린다.
하지만 도심에서 자란 여뀌는 채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관리 대상 조경지나 아파트 화단에서 무단으로 식물을 채취하면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국공유지에서의 채취 역시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실제 산채 식재료로 여뀌를 쓰는 식당은 산지 직송이나 계약 재배 방식으로 들여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직접 기르기도 한다. 뿌리를 심어두면 해마다 새순이 나고 특별한 관리 없이도 군락이 만들어진다.
종종 자생 여뀌를 잡초로 알고 뽑아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봄에서 여름 사이 연한 잎과 줄기를 골라내면 맛 좋은 산나물이 된다.
고들빼기처럼 짭조름한 장아찌로도 활용
여뀌는 단맛보다 풋내, 향, 쌉쌀함이 특징인 식물이다. 된장, 간장, 고추장처럼 장류와 조화를 이루는 조리법이 많다. 삶은 여뀌를 된장국에 넣으면 향이 강하게 우러난다. 손질한 줄기를 살짝 말려 고추장 양념에 무치면 별미 반찬이 된다.
특히 여뀌 장아찌는 오래 보관 가능해 도시락 반찬이나 밥도둑 반찬으로 알려져 있다. 데친 여뀌를 물에 헹군 뒤 고들빼기처럼 소금에 절이고 간장이나 식초 양념에 절이면 완성이다. 2~3일만 지나도 맛이 들고 냉장 보관을 하면 한 달 이상 먹을 수 있다.
볶음용 나물로 쓸 땐 데친 뒤 기름에 마늘과 함께 살짝 볶는다. 강한 향이 덜해져 먹기 수월하다. 생채로 쓸 땐 어린잎만 고르고, 들기름과 된장, 다진 마늘 정도만 넣어도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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