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기준의 진화] 고정과 변동 너머, 이제는 ‘대출 구조’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금리 기준의 진화] 고정과 변동 너머, 이제는 ‘대출 구조’

직썰 2025-07-23 00:00:00 신고

3줄요약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연합뉴스]

[직썰 / 안중열 기자] 대출 시장이 다시 변동금리 쪽으로 기울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인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차주가 고정금리를 택했지만, 지금은 금리 수준보다 ‘금리가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금리가 얼마냐’보다 ‘내게 어떤 구조가 유리한가’를 묻는 시대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정책은 여전히 양적 목표에 머물러 있다. 대출은 단순한 금리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재무 전략의 구조다. 정책은 금리를 통제하려 하기보다,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금리 선택의 기준, 현재 vs 미래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이런 전환의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6월 신규 주담대 중 변동금리 비중은 평균 7.2%로, 연초(6.5%) 대비 소폭 상승했다. 고정금리가 여전히 우세하지만, 방향은 명확히 달라졌다.

변동금리는 은행의 실제 자금 조달비용을 반영하는 코픽스(COFIX)에 연동되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수록 빠르게 하락한다. 실제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54%로, 9개월 연속 하락세다.

반면 고정금리는 5년물 금융채 금리에 연동된다. 물가 전망, 자금 수급, 투자심리 등 예측 요인이 반영되며, 현재 고정금리는 약 2.90%로 연초(3.00%)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하락 속도는 제한적이다.

이처럼 변동금리는 ‘현재 시장’을, 고정금리는 ‘예상된 미래’를 반영한다. 단순한 금리 수준보다 금리의 ‘움직임 구조’가 판단 기준이 되는 이유다.

◇금리 선택, 이제는 구조의 문제

과거처럼 ‘고정이냐 변동이냐’라는 이분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장기 보유 목적이라면 고정금리가 유리할 수 있지만, 3~5년 내 처분 계획이 있다면 변동금리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더 중요한 변수는 상환 여력, 소득 변동성, 거치 기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건 같은 차주의 재무 구조다. 예컨대 거치 기간 동안 이자만 내는 구조인지, 혹은 초기 상환 부담이 높은지에 따라 전략은 달라진다. 대출은 금리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양적 목표’ 중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당국은 시중은행에 고정금리 비중을 30% 이상 확보하라고 권고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은 5년 혼합형 고정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문제는 시장의 선택 구조가 이미 달라졌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최근 다시 변동금리 상품을 강화하거나, 고정형 상품을 축소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통제 중심의 정책은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책, ‘통제’에서 ‘설계’로

이제 정책의 역할은 특정 금리 유형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차주가 자신의 재무 구조에 맞는 대출 구조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대표적 대안은 ‘모듈형 대출’이다. 예를 들어 사회초년생은 첫 2~3년간 고정금리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후 자동으로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구조가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은퇴한 고령층은 초기엔 낮은 변동금리를 활용하고, 만기에는 고정금리로 전환해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금리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금리 변화에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설계다. 거치 기간, 상환 유예 조건, 이자 납입 주기, 중도상환 수수료 등 다양한 요소를 모듈처럼 조합해, 차주 스스로 자신에게 유리한 대출 구조를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

◇대출도 정책도 구조로 패러다임 전환

대출은 단순한 차입이 아니다. 그것은 생애 재무 전략의 기둥이다. 구조 없는 선택은 위험이고, 설계 없는 정책은 무책임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정금리 확대’ 같은 단일한 양적 목표가 아니라, 차주 각자의 재무 구조에 맞는 금리 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 시스템이다.

정책은 금리 유형을 통제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선택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주는 설계자로 진화해야 한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