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인천 송도에서 사제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이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을 따라 불법무기를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속 불법 정보가 실제 범죄로 이어짐에 따라 경찰당국의 관리 소홀에 이어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인천 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살인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된 A(63)씨가 이날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치장에 입감 중인 피의자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싫다는 의사를 내놨지만 별다른 불출석 사유는 경찰 측에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그의 서울 자택 내 인화성 물질 설치와 관련해 방화예비 혐의를 추가 적용한 상태다.
앞서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소재 한 아파트 33층에서 아들 B씨에게 사제총기를 발사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시아버지가 남편을 총으로 쐈다”는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는 심한 출혈과 함께 쓰러져 있는 B씨가 있었으며 피의자의 범행 도구도 발견됐다.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사건 발생 약 2시간 50분 만인 오전 12시 15분께 경찰은 서울 서초구 노상에서 A씨를 붙잡아 인천으로 압송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파이프 모양으로 만들어진 사제총기로 쇠구슬 여러 개가 들어있는 산탄 2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산탄은 발사 시 여러 개의 작은 탄환이 동시에 퍼져 나가는 형태다. 피의자가 발사한 총에 맞은 B씨는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추가적으로 경찰은 A씨로부터 서울 도봉구 쌍문동 소재 본인 주거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주거지 수색에도 나섰다. 당시 경찰특공대가 폭발물을 제거했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폭발물은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 통, 우유 통 등이었으며 점화장치가 연결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타이머는 이날 오후 12시에 폭발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범행에 사용한 사제총기 2정에 이어 경찰은 A씨의 차량 조수석과 트렁크에서 추가로 11정의 총신과 산탄 80여발을 회수했다. 총신과 손잡이 등 총기는 A씨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유튜브를 통해 총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처럼 A씨의 범행이 유튜브 영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총기 등 불법무기 정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총기, 폭발물 등 불법 무기 제작 방법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제한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당국은 온라인상에 게시되는 사제 총기 제작법 등에 대해 집중 단속을 전개하고 있을 분더러 매년 5월과 10월 불법 무기류 집중 단속, 방송심의위원회를 통해 총기 제작 영상 관련 차단 및 삭제 요청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무기 관련 영상을 장난감이나 실험, 창작물로 위장하거나 제목을 눈속임해 올리는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당국에서 삭제 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영상이 계속 올라와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해외 플랫폼에 게시되는 콘텐츠는 게시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별도 제재 수단이 없어 실질적인 조치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는 민생 안전을 위협하는 사제총기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이건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사제총기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온라인 공간에서 불법 무기 제작법이나 소지 방법에 대한 정보가 지나치게 쉽게 유통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범죄를 유발하고 범죄 기회를 제공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는 경찰당국이 단순히 신고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온라인상 총포·도검·화약류 등 불법무기 관련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탐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의심자를 상대로 실제로 불법 무기를 만들어본 이력이 있는지, 실제로 사용한 전력이 있는지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모방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법 무기 제작 정보를 제공하거나 구매·소지 방법을 안내하고 무기를 은닉하거나 공유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철저히 추적하고 엄정 처벌해야 한다”며 “결국 경찰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불법무기에 대한 사전 예방 체계와 법적 근거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인천 연수경찰서 측에 해당 피해자가 우측 가슴과 좌측 복부 총상으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사망했다는 1차 구두소견을 전달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