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월드컵 우승한 중국, 다음엔 ‘로봇 올림픽’ 정조준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올림픽을 앞두고 군불을 지피고 있다. 최근 열린 국제 로봇 대회에서 압도적 실력으로 우승한 것을 언급하며 기술력을 과시한 것이다. 다음달 베이징 로봇 올림픽에서는 중국과 함께 미국, 일본 등 기술 선진국도 참여하는 만큼 열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로보컵 휴머노이드 리그 경기 모습. (사진=로보컴 홈페이지)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에 따르면 지난 20일 브라질에서 ‘2025 로보컵 휴머노이드 리그’ 결승전이 치러졌다.

결승전에서는 중국 칭화대 헤파이스토스팀이 중국 농업대 샨하이팀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소속 팀이 결승에 올라 1, 2등을 나눠 가진 셈이다. GT는 1997년 시작한 이 대회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로봇 대회라고 부연했다.

중국 부스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T1’을 선택한 헤파이스토스팀은 조별 리그에서 미국의 UT오스틴빌라를 상대로 16대 0으로 승리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경기 중 로봇이 골문 앞에서 공의 궤적을 읽고 헤딩슛을 날려 네덜란드의 유명 축구 선수인 로빈 반 페르시를 본 따 ‘로봇 반 페르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중국 팀이 성인 규격 부문 로보컵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중국 칭화대 ‘TH-MOS’팀은 아동 규격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칭화대 팀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 일부 팀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인 T1와 K1(케플러)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보컵 대회 공식 하드웨어 공급업체인 부스터로보틱스의 설립자 정하오는 GT와 인터뷰에서 “중국 하드웨어 플랫폼이 처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에서 필수적인 장비가 되면서 중국 로봇은 이제 세계 경쟁 무대의 핵심 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전통 제조업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2015년 3만3000대에서 2024년 55만6400대로 15배 이상 급증했다. 해관총서는 올해 상반기 중국 산업용 로봇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61.5% 증가해 세계 2위권을 유지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지난해 약 27억6000만위안(약 5341억원)에서 2030년 1000억위안(약 19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GT는 “중국은 최근 몇 년간 AI, 고급 제조·자동화 같은 분야에서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중 로봇은 핵심 개발 분야로 완전한 산업 체인을 점진적으로 형성해 글로벌 로봇 산업에서 중요한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 베이징에서는 다음달 중순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가 열린다. 단거리 달리기와 계주 등 육상을 비롯해 축구, 댄스, 자재 취급, 약물 분류 등 종목으로 구성된다. 베이징시에 따르면 미국, 브라질,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일본, 싱가포르, 호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도네시아 등 로봇팀이 사전 등록을 마쳐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벌어질 예정이다.

이번 로보컵 대회에 참가한 팀 일부도 다음달 베이징 대회에서 5대 5 AI 로봇 축구에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