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에 드리운 기후 리스크···초미세 공정 핵심 변수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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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에 드리운 기후 리스크···초미세 공정 핵심 변수로 ‘급부상’

이뉴스투데이 2025-07-22 16:10: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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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그래픽=김진영 기자]
[사진=셔터스톡, 그래픽=김진영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기후 변화가 반도체 산업의 새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구리 공급 차질과 물·전력 수급 불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강화가 겹치며 생산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원자재와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통제하며 대응 속도를 높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재활용 설비와 탄소 저감 중심에 머물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PwC는 2035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약 3분의 1이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망 차질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리스크 컨설팅사 WTW 조사에서도 반도체 공급망 담당자의 53%가 기후 리스크를 ‘가장 심각한 변수’로 꼽았다. AI 서버용·전기차용 고성능 반도체는 수율 저하나 납기 지연이 곧바로 고객사 이탈로 이어져 기후 리스크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공정 중단이 아니다. 초미세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구리·물·전력의 품질과 안정성이 수율을 좌우한다. 구리는 배선의 전도 효율과 직결되고 초순수 물은 세정과 열 관리에서 불량률을 결정한다. 전력은 순간적인 품질 저하만으로도 웨이퍼 수천 장을 폐기하게 만든다.

기후 리스크는 현실화됐다. 칠레·페루 등 주요 구리 산지의 홍수와 가뭄으로 채굴량이 줄고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미세공정이 고도화되면서 배선 수가 늘어 구리 사용량이 증가, 품질 불안은 곧바로 대규모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TSMC가 코발트·루테늄 배선을 조기 상용화하고, 인텔이 구리 재사용 공정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물과 전력 관리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는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가 지정한 ‘물 사용 민감 업종’이다. 화학물질 세정과 웨이퍼 연마 등 핵심 공정에서 물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물 사용이 많은 업종일수록 기후 탄력성 전략이 투자 평가의 기준이 된다”며 “생산 안정성을 입증한 기업이 장기 계약과 자금 조달에서 유리해진다”고 진단했다.

TSMC는 산업단지 단위의 통합 유틸리티 설계(IUS)를 운영해 수율 변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재 폐수 재활용률은 87% 수준이며 2025년까지 9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도 애리조나 공장에서 지하수 사용권을 확보, 재활용률을 95% 이상으로 높였다. 업계는 이처럼 안정적 수율을 확보한 기업이 고객사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 고부가 반도체 시장에서 수년 단위 장기 계약을 유리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에 하루 27만9000톤 규모의 하수 재이용 설비를 운영하며 물 사용 부담을 낮추는 한편, 폐열 회수 시스템을 도입해 보일러용 LNG 사용을 줄이고 냉각탑 환풍기 가동을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냉동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스팀을 생산, 공정 가열에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전력 소비를 절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공정 열을 식히는 칠러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자체 저전력 펌프를 개발, 지난해 3분기부터 청주와 이천 공장에 도입했다. 기존 펌프 대비 전력 사용량을 최대 39.7%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청주 M15X와 2027년 완공 예정인 용인 클러스터에도 이 펌프를 적용할 계획이다. 청주 M15X 공장은 완공 시 하루 6만 톤 규모의 폐수 재활용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그러나 고성능 공정 확대가 전력 수요 증가세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2022년 2만5249GWh에서 2024년 2만8996GWh로,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만2011GWh에서 1만2620GWh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효율화 노력에도 전력망 통제권을 확보한 해외 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국내 기업의 대응이 부분적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설비는 공장 단위에서 물과 전력을 개별 관리하는 수준이지만, TSMC·인텔은 공장 단지 차원에서 물·전력을 통합 설계해 이상기후에도 수율 변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 생산과 유통이 한국전력 중심의 단일 시장 구조로 운영돼 기업이 자체 발전소를 보유하거나 대규모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직접 체결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직접 PPA가 2021년부터 허용됐지만 1MW 이상 태양광·풍력 위주라 반도체 공장 단지에는 실효성이 낮다. 반도체·철강 등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업종 PPA 활용률은 5% 미만에 불과, 기존 화력·원전 전력망 의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전력망 안정성은 향후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AI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전력 품질이 납기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TSMC는 대만 정부와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공동 운영해 전력망 통제권을 확보, 인텔은 장기 PPA로 재생에너지 수급을 안정화했다. TSMC는 “전기요금 인상은 제조 비용을 키우고,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면 고객 주문 처리 능력이 위협받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K칩스법을 통해 태양광·수력 기반의 PPA 확대와 반도체 소재·에너지 국산화를 위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부터 반도체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상향했고, 올해 2월부터 20%로 확대됐다. 그러나 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 등 핵심 소재 국산화율은 20% 안팎, 장비는 30%에 머물러 있다.

재생에너지 조달도 KT가 태백 태양광 PPA와 사옥 RE100을 통해 2030년까지 전력의 56%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인 사례가 대표적일 뿐, 반도체 공장 단지 단위의 물·전력·소재 통합 공급망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반면, TSMC와 인텔은 물·전력·핵심 소재를 단지 단위에서 통합 관리하며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2050 탄소중립과 글로벌 메탄서약 이행, 주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도 반도체 산업이 재생에너지 기반 로드맵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미루면 이상기후와 원자재 가격 변동이 생산 차질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고부가가치 반도체 시장의 가격·납기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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