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연이은 기록적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충청권과 경남 내륙, 수도권 외곽 등 중·남부 지역 곳곳이 침수돼 폐허가 되다시피 하고 안타까운 인재도 생기면서 재난 앞에 정치적 입장을 가리지 않고 여야가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경남과 충청, 광주 지역 모두 폭우 피해를 입었고 해당 지역은 여야의 기반이 되는 지역이어서 더욱 피해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특별재난지역'을 신속히 지정해 피해 지역에 직접적인 도움을 위한 '재난특별교부세' 지급을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고 또 인사청문회 인준을 두고 다투고 있지만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정쟁보단 민심에 귀를 기울이며 수해 대응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해 피해현장을 찾은 여야 지도부는 보여주기식 봉사 활동으로 사진촬영을 하거나 수재민들을 잠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장화를 신고 장갑을 낀 채 흙을 걷어내는 등 직접적인 복구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재난을 정쟁의 도구로 삼기보단 실질적인 대책과 입법·예산 지원 뒷받침을 강조하며 '민심에 보다 가까운' 정당의 모습을 보이며 민생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21일 경상남도 산청을 방문해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통합지원본부 운영 실태를 직접 챙겼다.
이 대통령은 산불에 이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산청군 군민들을 만나 "시급한 예산 지원 등 모든 자원과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 변경하고 피해현장 찾아
민주당은 전국적인 폭우 피해를 고려해 오는 26∼27일 예정됐던 호남권·수도권 권역별 권리당원 투표를 전당대회가 열리는 다음 달 2일로 연기했다. 정청래·박찬대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피해복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21일 오전 충남 예산군 수해 피해 현장을 찾아 복구 지원 작업에 참여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피해 복구를 위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령층 피해를 살피고 하우스 피해도 응급 복구할 수 있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수해 복구 현장에는 민주당 당권 주자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앞 다퉈 피해 복구 대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청래 의원은 21일 시장과 군수에게 홍수 통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하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박찬대 의원은 전날인 20일 "수해 피해 지역을 고향사랑기부제로 함께 도와 달라, 어떤 정치도 계산도 지금은 뒤로 미뤄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21일 충남 예산과 광주에 이어 22일에는 남원, 곡성, 나주를 찾아 수해복구 활동을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22일 열린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전국의 수해 피해와 관련해 "민주당과 정부는 긴급재난상황에 비상하게 대응하겠다"며 "수해 복구 현장 지원에 당력을 총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도 기민하게 움직여 재난 예방과 빠른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입법도 서두르겠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당한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당력을 집중하고 정부와 함께 재난 대응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지금은 재난 극복에 여야가 힘을 모을 때"라며 "재난을 정쟁거리로 삼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현재 국회에 재난 관련 법안 103건, 폭우·수해 관련 법안은 36건이 계류 중"이라며 "가장 시급한 수해 관련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피해 복구 지원에 더해 기후 재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피해 복구 지원에 힘쓰는 한편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현실에 맞는 국가재난 대응체계 전환에도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난 국회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던 '지방하천 국가관리 확대'를 골자로 한 하천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해야 하고 재해 예방 인프라 확충, 재정 형평성 개선, 법·제도 정비를 포함한 종합적 기후재난 대응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민주당은 피해 회복에 총력을 다하고 동시에 기후재난에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책·입법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도 혁신안 수렴 위한 의원총회 잠정 연기
당권주자 김문수도 출마선언 이후 피해 복구 나서
국민의힘도 공식 일정을 취소하거나 뒤로 미뤘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오후 2시로 예정했던 국회 기자간담회를 취소했고 같은 날 오후 4시 혁신위원회의 쇄신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도 21일로 미뤘다. 이후에도 폭우 피해 상황이 커지자 한 차례 더 의원총회 일정을 미루며 피해현장 복구 봉사에 나섰다.
혁신안을 둘러싼 당 내 갈등을 노출하기보단 폭우 피해현장 봉사활동을 통해 민심을 흡수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송 비대위원장은 21일 오후 의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지금은 모든 당력을 모아 수재민 지원과 자원봉사활동에 전력을 다해야할 때"라며 "21일 의총은 개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원 봉사활동 등 추가적 지침은 수립 후 전달하도록 하겠다"며 "의원들은 각 지역의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19일 충남 예산, 20일 경남 산청, 21일 경기 가평 등 수해 현장을 연일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21일 방문한 가평 피해현장에서 "너무나 처참한 몰골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국민의힘에서 가평군도 특별재난구역에 포함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행정안전부에는 특별교부세 배정을 좀 서둘러 달라고 부탁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경우에 예비비를 선지급 해서라도 재해 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식수 등 기본적인 생필품과 생활문제가 가장 급선무인 것 같은데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대선후보도 출마선언을 한 20일 당일 가평군 피해현장을 찾았다. 이어 경남 산청 등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방문한 현장을 연달아 방문하며 피해 복구에 힘을 쏟았다. 김 전 후보는 22일에는 당 지도부와 함께 예산 지역 피해현장을 찾았다.
행안부, 폭우피해 광주·전북·전남·경남 '재난특교세' 55억 지원
행정안전부는 지난 16일부터 내린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광주와 전북, 전남, 경남 등 4개 시·도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55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21일 이 대통령이 경남 산청 호우 피해 지역을 찾아 "시급한 예산 지원 등 모든 자원과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라"는 지시에 따른 조치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17일 경기와 충남에 25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교부된 재난특교세는 피해 시설의 이재민 구호, 피해시설 응급복구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긴급 안전 조치에 사용된다. 행안부는 본격적인 현장 조사를 통해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경우 추가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윤호중 장관은 "지자체는 이재민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펴주고,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긴급 안전 조치에도 철저를 기해달라"며 "정부는 호우 피해 지역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은 자연재해 피해 지역과는 달리 일반적인 복구가 불가능한 지역에 한해 지정된다. 정부가 피해수습과 복구를 국가적 차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 선포한다.
특별재난지역에 선정되면 피해 주민에 대한 구호 활동과 의료비, 피해 건축물에 대한 복구비 지원, 공공시설 복구 지원과 생계 지원 등이 포함된다.
李대통령 "특별재난지역 신속 지정···'음주가무' 공직자 단속"
이 대통령은 재난·재난에 대응하는 공직자 자세를 강조하며 근본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 재정비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죽어가는 그 엄혹한 현장에서 음주 가무를 즐기거나 대책 없이 행동하는 정신 나간 공직자에 대해선 아주 엄히 단속하길 바란다, 공직사회는 신상필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오송참사 추모기간 술자리를 가진 김영환 충북지사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야유회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춘 백경현 구리시장을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재난 과정에서 열심히 하는 공무원도 많이 보인다, 우수사례, 모범사례를 최대한 발굴해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 및 피해 지원도 신속히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선정도 최대한 신속하게 지정하고, 특별교부세 지급도 최대한 빨리하라"며 "실종자 수색, 응급 피해 복구, 주민 일상 복귀를 돕는 모든 정책에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장마, 폭우를 보면서 기존 방식과 시설 장비 대응책만으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국무총리가 지역별, 유형별로 자연재해 종합대응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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