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전시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6월, 문화실험공간 호수에서의 전시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3D펜으로 만드는 나만의 수호천사’는 아이들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이 있었고, 참여자들의 몰입도 또한 깊었다. 내가 준비한 몽다, 거복이, 다몽이 도안을 따라 3D펜으로 자신만의 수호천사를 만들며 집중하는 모습은 작가로서 또 교육자로서 큰 울림을 주었다.
그 경험이 너무 좋아 이 공간에서 수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문화실험공간 호수는 공간 자체가 주는 힘이 있다. 강의실의 세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창밖으로 석촌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빛이 반짝이고 바람이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은 수업 중간중간, 아이들과 나에게 조용한 쉼표가 되어준다.
전시가 끝난 후 담당자님께 정규수업을 제안했고, 감사하게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신 덕분에 7월부터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수업은 정규 강의 형식이지만, 원데이 클래스처럼 회차별로 독립 참여도 가능하게 열어두었다. 그래서 회차별 수강생 구성은 대부분 달랐다. 하지만 그만큼 매회 새로운 만남과 반응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설렜다. 첫 번째 수업에서는 나를 소개하는 시간으로 시작했다.
작가로서 어떤 작업을 해왔고, 왜 이런 캐릭터들을 만들게 되었는지, 나의 세계관을 아이들에게 천천히 들려주었다. 그 후 3D펜 기초 사용법을 함께 익힌 뒤 아이들은 내가 준비한 몽다, 다몽이, 거복이 도안을 따라 그려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키링과 뱃지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잡아보는 3D펜이 낯설고 어렵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금세 적응했고, 자신만의 색감과 스타일을 덧입히기 시작했다. 단순한 따라그리기를 넘어 각자의 상상이 캐릭터 위에 살포시 얹히는 순간들이 인상 깊었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본격적으로 ‘몽다 만들기’에 집중했다. 내가 3D펜으로 미리 만들어 놓은 몽다의 기본 뼈대에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색으로 얼굴, 몸, 팔, 다리를 꾸며가는 과정이었다. 모양은 같지만, 색이 다르고 표현 방식이 달라지니 몽다는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다시 태어났다. 어떤 몽다는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몽다는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감성을 담고 있었다. 작은 하트나 소품을 추가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몽다에게 선물했다.
이 두 번의 수업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나의 작업은 누군가에게 전달되었을 때 비로소 살아난다는 것. 전시장 안에서 멈춰 있던 캐릭터들이 아이들의 손끝에서 다시 움직이고, 그 세계가 아이들의 색으로 확장되는 장면은 그 어떤 그림보다도 강하게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문화실험공간 호수에서의 수업은 단지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믿는 세계를 나누고, 함께 이야기를 짓는 창작의 시간이다. 앞으로도 이 흐름을 잘 이어가고 싶다. 조금 느려도, 단단하게. 아이들과 함께 창밖의 석촌호수를 바라보며, 내 안의 몽다와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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