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대통령실이 지난 6월 8일부터 도입한 ‘쌍방향 브리핑’은 매일 현장을 생중계하며 국민과의 실시간 소통을 전면에 내세웠다. 브리핑은 유튜브·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대통령실의 메시지와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동시에 공개된다. 투명성 강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을 앞두고(7월 24일 기준), 언론계 내부에서는 “기술 기반의 투명성이 오히려 질문권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실시간 공개라는 명분 속에서 질문은 맥락 없이 노출되고, 질문자는 과도하게 드러난다. 기술은 개방의 문을 열었지만, 질문자는 그 문턱에 서는 순간 감시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기술은 개방을 열었지만, 질문은 닫히고 있다
대통령실은 “쌍방향 브리핑은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창구”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과거 폐쇄적이었던 대통령실 브리핑과 달리, 현재의 시스템은 질문·응답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국민 누구나 발언의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른바 ‘열린 권력’이라는 기조의 실현이다.
그러나 질문자는 그 시스템 안에서 보호되지 않는다. 질문의 맥락은 생략되고, 기자의 얼굴, 목소리, 말투, 제스처는 그대로 노출된다. 질문의 본질보다 질문자의 외형이 먼저 소비되며, 이는 “누가 어떻게 물었느냐”를 평가하는 구조로 전이된다.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악성 댓글과 악의적 편집 영상이 확산되며, 질문 자체가 낙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감시가 장면이 될 때, 언론은 위축된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2일, 출입기자단에 “기자 개인을 겨냥한 악성 댓글과 왜곡 편집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질문자 노출 구조’ 자체가 질문의 자유를 침식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자는 감시자가 아닌 장면의 일부가 된다. 미국 경찰의 바디캠, 국내 지방의회 생중계처럼, 영상 기반 감시는 감시의 ‘기록’일 뿐, 질문과 해명을 요구하는 ‘기능’까지 대체하지 못한다. 정보의 노출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언론의 감시 기능은 질문을 통해 완성된다.
◇‘열린 브리핑’이 질문을 막고 있다
실제 현장에선 질문이 줄고 있다. 일부 언론사는 생중계 노출 부담을 이유로 질문자를 사전 지정하거나, 편집국 차원에서 질문 내용을 조율하는 절차를 운영 중이다. 이는 내부의 ‘사전 검열’이자, 언론 자율성의 구조적 위축이다.
대통령실 출입기자 A씨는 “질문 하나로 며칠간 신상털이를 당하는 상황에서, 질문을 안 하는 게 조직에도, 개인에게도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질문은 현장의 판단이 아니라 조직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흡수되며, 질문권이 편집권의 하위로 내려앉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진짜 ‘쌍방향’은 질문권 보장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실 브리핑은 ‘쌍방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구조는 일방적이다. 질문자는 노출되고, 피질문자는 보호된다. 국회·지방정부 브리핑과 달리 기자의 신원이 영상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구조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이 질문자를 플랫폼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기술보다 질문권 보장이 더 중요한 투명성의 기준”이라고 강조한다. 기자는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감시자이며, 그 기능을 보호할 최소한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기술은 도구일 뿐, 소통과 감시는 그 도구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의 문제다.
◇기술은 시작일 뿐…감시는 질문에서 완성된다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는 ▲기자의 자율적 질문 선택권 제도화 ▲질문자 익명 요청권 보장 ▲생중계 영상의 무단 편집 금지 가이드라인 마련 ▲질문권 침해 시 기자단·대통령실 공동 대응체계 구축 등이 거론된다.
기자협회 관계자는 “언론은 콘텐츠 제공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감시자다. 진짜 투명성은 질문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으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쌍방향은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자유에서 완성된다. 개방은 시스템이 줄 수 있지만, 질문은 권리를 지킬 수 있을 때 비로소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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