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AI로 성장엔진 교체하며 재도약 박차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우리 삶의 여러 영역에 깊숙이 파고들었던 카카오가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한때 혁신과 성장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카카오는 최근 몇 년간 잇따른 위기를 겪으며 시험대에 올랐고,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정신아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500일이 지난 지금 카카오는 ‘위기관리’와 ‘미래 준비’에 집중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위기의 카카오, 시험대에 오르다
2010년 출시된 카카오톡은 대한민국 모바일 소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출시 6개월 만에 100만 이용자를 돌파하더니, 이듬해 1,000만, 2012년 5,000만 이용자를 넘어서며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을 통해 종합 IT 기업으로 도약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핵심 자회사들을 빠르게 성장시키며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에도 수많은 계열사를 설립하고 인수하며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한 결과 2022년에는 자산총액 30조 원을 넘어서며 재계 순위 15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었다. 지난해 3월 정신아 대표가 취임할 당시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조종 의혹과 자율 경영 체제 속 발생한 도덕적 해이로 전례 없는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문어발식 확장’ 논란도 카카오를 옥죄었다. 플랫폼 독점력을 기반으로 급격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골목상권 침해와 중소기업 생태계 교란이라는 비판 속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무분별한 확장에만 집중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화시켰다.
여기에 서비스 안정성 문제까지 더해졌다.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국민 메신저’가 불통이 되면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어야 했고, 초기 대응의 미흡함은 곧 카카오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감과 불신으로 이어졌다.
총체적인 위기 속에서 막중한 임무를 안고 취임한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취임과 동시에 개혁에 착수했다. 대표 내정 이후 한 달여 동안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해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작업에 들어갔고, 직책 구조를 5단계에서 2단계 체계로 간소화했다. 아울러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면서 체질 개선도 병행했다. 그 결과 2025년 1분기 기준 카카오의 종속회사 수는 115곳으로, 2023년 최고점 대비 32곳 감소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준법·신뢰경영 강화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천도 선언했다. 독립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통해 그룹 전체의 준법 시스템을 강화하고 내부고발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경영 투명성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후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확대해 ‘프로젝트 단골’ 등을 통해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비즈니스 운영 지원, 판로 확대,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자생력 강화를 돕고 있다. 2022년부터 전국 전통 시장과 지역 상권을 방문해 1대 1 맞춤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고 마케팅 활동을 지원해 온 카카오는 현재까지 총 212개 시장과 15개 상권, 상인 2,800명에게 디지털 교육을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톡 채널 개설 등을 통해 카카오는 약 263억 원 규모의 메시지 발송 비용을 지원했다.
AI에 사활, 하반기부터 사업화 속도전
그룹 내 조직과 계열사를 정비하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한 정 대표의 시선은 이제 인공지능(AI)으로 향하고 있다. AI를 서비스에 접목해 고도화하는 것이 카카오의 비전으로,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AI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목표다. 정 대표는 이미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대규모 모델 연구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카카오만의 차별점인 관계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살려 AI 일상화에 집중하겠다”며 AI 전략을 크게 수정한 바 있다.
전사 역량을 투입한 AI 비서 서비스 ‘카나나’가 대표적이다. 현재 비공개 시범 서비스(CBT)를 진행 중으로 개인·그룹 채팅방 대화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유추해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기존 AI 서비스와 달리 카나나는 그룹 대화에서도 작동하는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맵의 맞춤 장소 추천 기능 ‘AI 메이트 로컬’이나 AI 쇼핑 도우미 ‘AI 메이트 쇼핑’ 등 AI 기반의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이다.
또한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전략적 동맹을 통한 협력 프로젝트도 대기 중이다. 연내 출시 예정으로 오픈AI와 공동 개발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단순한 질문 응답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의사결정과 행동까지 수행하는 차세대 가상 비서이다. 카카오톡, 카카오맵, 카카오T 등 카카오 생태계 내 여러 서비스에 통합돼 일상 전반을 자동화할 예정이다. 일정 관리, 메시지 답변, 택시 호출, 음식 주문 등 다양한 업무를 AI가 대신 처리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경험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 대표는 포브스 아시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에는 앱을 직접 실행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모든 일을 원활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AI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용자도 자연스럽게 더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오픈AI와 협업 발표 당시에도 정 대표는 “양사의 목표는 한국 시장에서 AI를 대중화해 국내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AI를 널리 쓰게끔 하는 것”이라며 “AI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며 단순 문답이 아니라, 펑션 콜(기능 수행)을 통해 카카오톡 생태계 내 다양한 서비스를 넘나들며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카카오는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광고 및 커머스 영역의 수익성 제고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2023년 1조 8,2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비해, 2024년에는 손실 규모를 1,619억 원으로 크게 줄이며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7조 8,700억 원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향후 2년 내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카카오는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반 인프라로 경기도 남양주에 6,000억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이다.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데이터센터는 향후 AI 기술 발전과 서비스 안정성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취임 1년 차 조직 안정화와 방향성 설정에 주력한 뒤, 2년 차인 올해 AI 서비스 출시를 통한 실질적인 성과를 도모하고 있는 정신아 대표의 노력이 카카오를 새로운 도약의 길로 이끌 수 있을지 올 하반기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가 다시 한번 대중의 신뢰를 얻고, 혁신적인 기술로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민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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