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면서다.
동시에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의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국가 방지 법안’에도 서명했다. 미국은 이로써 디지털 화폐를 민간 주도로 육성하는 길을 공식화했다.
법안 통과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역사적인 강세를 나타냈다.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8일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4조 달러(약 5563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같은 날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2628조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21일 오후에도 시총은 3조9200억 달러를 기록하며 고점을 지킨 모습이다.
이번 법안으로 미국은 디지털 화폐의 발행과 관리·감독을 모두 민간에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테더·써클 등 민간 기업이 달러 가치에 연동해 발행하며,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는 CBDC와 달리 규제에서 자유롭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정부가 가치를 보증해 안정적이지만, 사용 기록이 모두 추적되는 실명제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
중국은 이와 달리 인민은행이 주도하는 CBDC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디지털 위안화를 금융 5대 중점과제로 지정했고, 최근에는 상해 자유무역시험구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국의 디지털 화폐 전략이 극명히 엇갈리며 화폐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아직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미국식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공약한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부작용이 크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발행 주체, 해외와의 관계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제3의 타협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같은 가상화폐 법제화에 힘입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주간 25% 상승), 솔라나(14%), 도지코인(31%) 등 알트코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기관 투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01(k) 퇴직연금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시장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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