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판 챗GPT, 1대1 어시스턴트 목표…‘AI 책임’ 조직 신설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은 연내 경제·금융에 특화된 내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부서별, 직원 맞춤형으로 AI를 업무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중앙은행이라는 공공기관의 위상에 맞게 활용된 AI 정보에 대한 검증을 하는 ‘AI 책임’ 부서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홍원석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실장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서 특화 AI·1대1 보조 역할까지 나아가야”

홍원석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실장은 21일 이데일리와 만나 “중장기적으로는 각 부서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이 필요하고, 나아가서는 개별 직원을 위한 ‘1대1 어시스턴트(보조원)’ 역할을 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환경을 인지하고 학습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의미한다.

연내 내부 AI 공개 이후에는 사용된 정보에 대한 검증 시스템도 도입한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으로서 국가 보안정책을 준수하고 AI를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내년 초 디지털혁신실 내에 ‘책임 있는(Responsible) AI’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디지털혁신실은 처음에는 2개팀 16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6개 팀 32명으로 확대 개편됐다. 그만큼 한은에서 ‘디지털화’ 필요성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디지털혁신실은 그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전통적인 분석방식에서 벗어나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분석방법을 적용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 인플레이션 예측, 조기경보모형 등을 구축했다.

챗GPT 등장 이전부터 한은에서는 독자적으로 검색 기능을 강화한 생성형 AI 기반 챗봇인 ‘복실이’(BOK-Siri)를 개발해 이미 업무에 사용했다. 복실이는 내부 경영관리·행정 업무와 관련된 법규와 메뉴얼에 대한 질문에 답을 주는 형태다.

홍 실장은 “최근에는 글로벌 매체로부터 실시간으로 금융경제 관련 뉴스, 기사, 리포트 등을 수집해 이슈를 도출하고 위험 요인을 분석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홍원석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실장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디지털 인력난 고민…“문·이과 협업 중요”

디지털 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내부 개발 수요도 많이지고 있지만 한은도 AI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 실장은 “데이터와 AI 인재들을 경력직으로 수시채용하고, 내부직원을 관련 연수에 파견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인력이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한은에 경제·경영 분야로 입사한 직원 중에서도 AI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 높은 관심을 갖고 역량을 키워나가는 직원이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업무 전문성을 갖춘 ‘문과’ 인재와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할 ‘이과’ 인재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32년차 한은맨’으로 국제국과 기획렵력국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그는 “30년 동안 한은에서 일한 것보다 혁신실에서 일한 5년 동안 더 많은 것을 배웠고 재미있게 일했다”며 “앞으로도 후배들을 위해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