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무더위가 동시에 오면 집안 공기가 눅눅해진다. 욕실 바닥에서 슬리퍼 밑까지, 곰팡이가 피어나는 속도도 빠르다. 세탁기 안에서 쉰내 나는 수건을 꺼내본 경험, 한 번쯤 있다면 공감할 수 있다.
이 시기엔 무거운 탈취제나 독한 곰팡이 제거제를 쓰는 것보다 작은 열매 하나, ‘팔각’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국적인 별 모양을 닮은 팔각은 본래 향신료지만, 장마철엔 주방과 욕실의 탈취제로 변신한다.
한약재로도 쓰이는 팔각
팔각은 ‘팔각회향’이라는 식물의 열매다. 말 그대로 8개의 뿔처럼 갈라진 구조 때문에 ‘팔각’이라 불린다. 주로 중국과 베트남에서 재배되며, 식재료로는 ‘스타아니스(star anise)’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이 열매의 겉은 단단하고 갈색이며, 안에는 진한 향이 나는 씨앗이 들어 있다. 팔각 특유의 향은 아니솔(anethole)이라는 방향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항균 작용과 방향 효과가 강하다.
체기를 다스리고, 소화를 돕는 효능이 있어 한약재로도 쓰인다. 민간에서는 입냄새 제거, 장내 가스 해소, 기침 완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됐다. 실제로 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적은 양만으로도 효과를 낸다.
팔각을 말려서 보관하면, 실온에서도 오랜 기간 향이 유지되며, 곰팡이나 벌레에도 잘 상하지 않는다.
습도 높은 공간, 팔각 하나면 냄새가 확연히 줄어든다
팔각의 가장 쉬운 활용법은 ‘그냥 올려놓기’다. 세탁기 위, 욕실 선반, 신발장 안쪽, 변기 근처, 싱크대 배수구 옆처럼 냄새가 잘 나는 공간에 놓아두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 향이 공기 중 수분과 섞이면서 습기와 악취를 잡는다.
세탁한 수건에서 쉰내가 날 때는 수건 위에 팔각을 한두 개 올려두면 냄새가 줄어든다. 옷장에서 곰팡이 냄새가 올라올 때도 통풍이 되는 위치에 팔각을 두면 냄새가 덜하다. 밀폐된 공간보다는 공기 순환이 어느 정도 되는 위치가 좋다.
또한, 팔각은 요리에 사용할 수도 있다. 수육이나 족발 삶을 때 팔각을 넣으면 고기 비린내가 사라지고 국물이 깔끔해진다. 잡내 제거에 특히 강하지만, 향이 세기 때문에 1~2개만 넣는 것이 적당하다.
기름기 많은 요리를 볶을 때 넣으면 느끼함을 잡아준다. 된장국, 탕류, 불고기 양념장에도 넣을 수 있다. 차로 마시는 사람도 있다. 물 300ml에 팔각 1~2개를 넣고 5~10분 정도 우려내면 향긋한 팔각 차가 완성된다. 식사 후 마시면 소화에도 도움 된다.
벌레 퇴치용으로도 쓰인다. 팔각 향은 작은 날벌레, 특히 파리나 작은 개미류가 꺼리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이나 방충망 근처에 놓으면 접근을 줄일 수 있다.
팔각은 젖지 않게, 바람 통하는 곳에… 보관법과 주의할 점
팔각은 습기에 약해 젖으면 곰팡이가 피거나 향이 약해진다. 사용하지 않은 팔각은 밀폐용기에 담아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통풍이 잘되는 찬장이나 서랍이 적당하다.
향이 오래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선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둬야 한다. 조리용과 방향용을 나눠서 관리하면 위생 면에서도 좋다.
욕실이나 세탁기 근처에서 사용할 때는 그릇이나 스테인리스 트레이 위에 놓는 것이 좋다. 물기 닿지 않도록 하고, 공기 순환이 잘 되는 위치를 선택한다. 효과가 줄어들었다 느껴질 땐 교체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방향제로 쓸 때 1~2개월 정도 사용 가능하다.
팔각은 사람에 따라 향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임신 중이거나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 팔각차처럼 직접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선 입에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게 안전하다.
여름철엔 팔각 외에도 정향(클로브), 계피, 월계수 잎 같은 향신료와 함께 써보는 것도 좋다. 면 주머니에 섞어 담은 뒤 신발장이나 옷장에 걸어두면 천연 탈취제로 쓸 수 있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