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수 유지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하원 격인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다. 자민당 정권이 중의원과 참의원 양쪽에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에 취임 1년도 안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국정 동력과 당내 구심력을 급속히 잃게 됐다. 이시바 총리는 일단 미일 관세협상, 고물가, 대지진, 안보 환경 등을 앞세워 총리직 유지 유사를 밝혔으나 퇴진 요구가 본격화될 경우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민·공명, 작년 중의원 선거 이어 또 참패
21일 오전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39석, 공명당은 8석을 확보했다.
참의원 선거는 의원 248명의 절반인 124명을 3년마다 뽑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구 75명, 비례대표 50명 등 총 125명이 선출됐다.
두 정당이 획득한 47석은 지난 1999년 자민당·공명당 연립 정권이 출범한 이후 역대 최소였던 46석에 불과 1석 많은 수준이다.
특히,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의석수(자민당 62석, 공명당 13석)를 합치면 두 정당의 참의원 의석수는 총 122석으로 과반(125석)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 이로써 하원 격인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다.
NHK는 자민당 중심 정권이 중의원에 뒤이어 참의원에서도 과반을 지키지 못한 것은 1955년 창당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의 참패라 할 수 있다. 자민당은 1인 지역구 32곳에서 14승 18패를 기록했다. 직전 2022년 선거에서 28승을 거둔 것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쌀값 급등에 따른 고물가, 정체 상태에 빠진 미일 관세 협상, '일본인 퍼스트'를 강조한 우익 성향 참정당 돌풍 등을 여당 패배 원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는 제3야당 국민민주당과 우익 참정당이 각각 17석과 14석을 얻으며 의석수를 크게 늘렸다. 이들 정당의 이번 선거 대상 지역구와 비례대표 기존 의석은 4석, 1석이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기존 22석에서 21석으로 큰 변화가 없었고, 진보 세력인 일본공산당은 기존 7석에서 3석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자민당과 공명당의 과반이 무너졌지만 야권도 여러 정당이 난립하는 상황이 되면서 세 결집이 쉽지 않게 됐다.
이시바, 관세협상 내세워 '총리 버티기' 시도
이를 의식한 듯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에도 총리직 유지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21일 기자회견에서 미일 관세협상, 고물가, 대지진, 안보 환경 등 정책 과제들을 언급하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에 정체를 초래하지 않는 것"이라며 "제1당으로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직을 언제까지 유지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기한을 생각하는 것은 없다"며 "중요 과제에 대한 해결에 전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지극히 엄중한 심판 받았다"고 평가했지만 당내 일각의 퇴진 요구 주장에 대해서는 "당내에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목소리를 정중하게 듣고 적절하게 답변해갈 것"이라며 퇴진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혔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전날 출구조사가 나온 뒤에도 NHK 등 일부 방송에 출연해 정권 운영을 계속할 의사를 밝혔다.
당내에서는 선거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시바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민당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는 "총리직 유지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위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자민당 총재 후보로는 보수파인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농림상, 행정 경험이 풍부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가 퇴진할 경우 이후 치러질 총리 지명선거 결과에 따라 정권을 내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이시바 총리가 버티기 용이한 상황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야당이 한데 뭉쳐 특정 야당 대표를 지지하면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는 우려다.
日민심 우경화…'일본인 퍼스트' 극우 참정당 14석 돌풍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극우 성향 참정당이 14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킨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참정당은 현 대표인 가미야 소헤이 의원을 중심으로 2020년 4월 창당된 신생 정당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각종 사회 문제의 원인을 외국인에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세부 공약으로는 외국인에 의한 부동산 매입 제한, 비숙련·단순 노동자 수용 규제, 외국인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 중단,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을 내걸었다.
이번 선거에서 참정당 돌풍은 유럽에서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정당의 인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본적으로는 높은 물가 상승과 뒷걸음치는 실질 임금, 양극화에 허덕이는 시민들의 불만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게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들도 일본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