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는 방식…전수조사해 보강할 것"
(예산=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충남 서북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예산지역 일부 마을이 물에 잠긴 가운데 삽교천 제방 위에 설치된 교각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충남도와 예산군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새벽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폭우가 내리면서 삽교읍 용봉리·하포리·수촌리 등 저지대 마을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일부 주민은 119 구조대의 보트를 타고 대피했다.
주민들은 삽교천 제방 유실이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삽교천을 가로지르는 구만교와 삽다리교 인근에서 물이 넘치기 시작했고, 이 지점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교각이 설치된 지점에서 동시에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며 "제방 위에 교각을 세워 지반이 약해졌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날 예산에서 피해 복구 활동을 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비슷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측은 기자회견에서 "강둑이 무너진 곳은 교각이 설치된 곳으로, 교각 설치로 지반이 약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교각의 위치나 지반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찾은 삽다리교 일대는 범람 흔적이 가시지 않은 채 생채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제방 위에 설치된 교각 주변에 각종 생활 쓰레기와 나뭇가지가 엉켜 있고, 인근엔 급히 쌓은 모래주머니가 위태롭게 놓여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2009년 제정한 '하천 설계기준'에 따르면 제방 위에 교각이나 교대(다리 양쪽 끝 구조물)를 설치하면 제방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구조물로 인해 누수가 발생하거나 배수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충남도 관계자는 "제방 위에는 교각 등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교각 등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만교(2000년 준공)와 삽다리교(2007년 준공)는 이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설치된 교량이다.
하천 관리 주체인 환경부는 연합뉴스에 "제방 위에 교량을 놓는 방식은 최근엔 안전 문제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삽다리교처럼 제방 위에 위치한 구조물이 있는지 전수조사하고 보강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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