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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대표는 현행 수행평가 제도에 대해 “현재 고등학생들은 한 학기에 평균 50여 개에 달하는 수행평가를 수행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평균 수면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발표형 수행평가나 프로젝트 수행평가에서는 가정의 경제적 여건, 정보 접근성, 시간적 여건 등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진다”며 “현재 고등학교에서 요구되는 수행평가 과제들은 영작, 보고서 작성, 문학 작품 비평, 국악 연주, 저글링 등 대학생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고등학생의 발달 단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평가제도의 불평등성을 꼬집기도 했다.
강 대표는 또 “특정교사의 재량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아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라며 “교사들 또한 과도한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다”고 평가자들이 처한 상황을 짚기도 했다.
◇임태희 “현장 맞지 않는 지침, 따라가지 말아야”
이 같은 수행평가 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강 대표의 외침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화답했다. 지난 9일 경기도교육청에서 강 대표를 만나 수행평가 전면 재구조화를 선언한 지 2주도 안 돼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가족들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면서다.
경기도교육청은 21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행평가,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그리는 변화’를 주제로 수행평가 개선을 위한 현장 의견 수렴 토론회를 개최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현행 수행평가는 학생도, 부모도, 현장 선생님도 힘들어한다”라며 “왜 교육부는 현장 사정에 맞지 않는 지침을 내리고, 왜 우리는 따라가는 것인가? 정치도 행정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시대는 아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임 교육감은 이어 “궁극적으로 대입제도와 연결돼서 (수행평가 제도에 대한) 공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문제의식, 뭐든지 좋다. 현장 의견을 들으면서 해법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오늘 토론의 의의”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태곤 매탄고등학교 3학년 학생, 윤미미 과천고 학부모, 이호림 서해고 교사, 김선 충남대 교수, 함동철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이 참석해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수행평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학업을 포기하고 준비” “본래 취지 못살려”…학생도, 교사도 한숨
박태곤 학생은 “학업을 포기하고 수행평가를 준비한다. 이제는 이 말이 어색하지 않다는 사실이 현재 수행평가의 실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행평가 난이도 상승에 따른 사전 공지와 이로 인한 난이도 재상승 등 악순환과 결국 이로 인한 사교육 조장 등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수행평가를 없앴다는 것은 곧 지필평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며, 결과적으로 사교육의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며 디지털 기기와 AI를 활용한 수업시간 내 평가 진행과 교과 범위 안의 수행평가 주제 선정 및 학생들의 적극 참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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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미 학부모는 현행 수행평가 제도의 문제점으로 △과제의 양이 너무 많다 △지필평가 준비 기간과 수행평가 일정이 겹쳐서 동시에 두세 가지 시험 준비를 소화하기 어렵다 △공정성 문제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윤미미 학부모는 “수행의 평가비율이 낮아진다면 범위와 과제량, 평가 횟수를 줄일 수 있고, 일정도 지필과 겹치지 않도록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림 교사는 “수행평가는 본래 암기 중심, 지식·이해 수준에만 머무는 지필평가 한계를 보완하고자 도입됐지만, 학생들은 수행평가를 통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이 평가로 몇 점을 받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라며 “이로 인해 수행평가의 과정 중심적이고 성장지향적인 본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장 교사로서 느끼는 평가계획서 구성과 운영의 어려움, 과정중심평가의 오해와 실행의 어려움 등을 설명한 그는 △평가계획 수립의 유연성 보장 △교사의 행정부담 완화 △에듀테크 및 디지털 인프라 강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의 체계적 운영과 자료 보급 등을 제안했다.
김선 교수는 좋은 수행평가 과제의 기준으로 △교사가 측정하려고 하는 학습 결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 △복합적이고 고차적인 사고능력을 평가하도록 개발 △여러 가지 교육목표를 측정하도록 개발 △실제 상황의 맥락을 반영하게 개발 △명확한 지침 △명확한 채점기준표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해야 함 등을 제시했다.
함동철 장학관은 “제시된 수행평가 문제점을 보면 과도한 횟수로 인한 학생 부담 가중, 높은 난이도, 공정성 의문 등 세 가지인 것 같다”라며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수업시간에 완료할 수 있는 수행평가가 돼도록, 숙의과정을 거쳐 평가가 후퇴하거나, 재반복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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