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이례적인 공개 칭찬을 받은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0일 신임 부위원장에 공식 임명됐다. 민생 회복, 금융의 생산적 재설계, 자본시장 정상화 등 새 정부 핵심 정책을 설계·집행해온 권 부위원장은 “소임은 정책 실행”이라고 못 박았다. 금융감독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번 인사는 금융위 존치론에 힘을 싣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철학의 집행자…“금융은 민생 회복 수단”
권대영 부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 정책의 최우선순위는 민생 회복”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의 원칙을 지키되, 사회적 약자의 재기를 도울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채무조정·새출발기금 확대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를 금융위가 수행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자본이 생산적인 영역으로 흘러가야 한다”며 금융의 역할을 단순한 안정화가 아닌 성장 재설계의 관점에서 규정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균형성장과 생산성 중심의 금융 행정 기조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6.27 대출 규제’로 힘 얻은 실행력
권 부위원장은 최근 수도권 6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차단한 ‘6.27 부동산 대출 규제’를 직접 설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 타운홀 미팅에서 “권대영 부위원장이 잘했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하며 정치적 신임을 보내준 배경이다.
그는 이미 장기연체자 대상 5천만 원 이하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확대 등의 과제를 직접 주도해 온 바 있다. 정책 설계→결정→집행까지를 포괄하는 실행 시스템을 몸소 입증한 인사라는 점에서, 금융위 존치의 실효적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조직개편 교착…“금융 설계 없는 분리는 위험”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금융감독위원회 신설과 금융위 해체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국정과제로 상정했지만, 대통령실 내 신중론이 확산되며 관련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권 부위원장 임명을 계기로, ‘정책과 감독 기능의 유기적 조정’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채무조정 같은 복합 정책은 감독기구만으로는 설계가 불가능하다”며 “정책조정 기능이 빠진 금융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분리가 아닌 조정”을 강조하는 기류가 확산 중이다.
권 부위원장 본인은 “조직개편은 제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금융위는 임명 직후 곧바로 소상공인 간담회를 열고 성실 상환자에 대한 공공정보 등록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정책 집행 속도를 끌어올리는 행보는 ‘존치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해체냐 존치냐 아닌, 실효적 금융 재설계 논의로
핵심은 권대영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새 정부 금융정책의 실행력과 정합성을 어디에서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에 있다. 조직개편이 권한 재배분의 형식 논리에 그친다면, 서민금융 회복·자본시장 생산성 회복 같은 실질 정책 과제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금융정책을 총괄 설계하고 집행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컨트롤타워’ 없이 감독기능만 떼어내 강화할 경우, 오히려 금융의 사회적 복원력은 약화될 수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의 구조가 아닌 기능, 조직이 아닌 실행력 중심의 설계 전환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의 발탁은 금융위 존속 가능성의 상징일 수도 있고, 조직개편 조정 국면의 분기점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정부가 내세운 ‘금융을 통한 민생 회복’ 기조를 실행하기 위해선 단순한 조직 분리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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