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채상병 사건' 이첩보류 지시 직전 윤 전 대통령 통화 시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24년 9월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혐의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고 채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리기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최근 순직해병특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수사 외압 의혹의 시작점으로 지목됐던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었다는 점이 약 2년 만에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이 전 장관 측은 21일 언론 공지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이 맞고, 군을 걱정하는 우려의 말씀을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최근 특검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통화는 지난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50분께 이 전 장관의 휴대전화로 걸려온 것으로,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군을 걱정하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장관 측은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격노’는 없었으며, 통상적인 업무 차원의 통화였다”고 밝혔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거나 경찰 이첩을 중단하라는 식의 구체적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의 시인에 따라 약 2년 만에 ‘02-800-7070’ 번호의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임이 확인됐다. 이 전 장관은 해당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오전 11시 54분께 받아 약 2분 48초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를 끊은 직후 이 전 장관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연락해 전날 자신의 결재를 번복하고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이어 몇 분 뒤 다시 전화해 임기훈 전 사단장의 정상 출근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 보고를 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