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 법안 쥔 미국, ‘디지털 달러’의 제국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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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 법안 쥔 미국, ‘디지털 달러’의 제국 설계하다

직썰 2025-07-21 11:16: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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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담은 ‘지니어스 법안’ 등 가상화폐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SBS 뉴스 갈무리]
18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담은 ‘지니어스 법안’ 등 가상화폐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SBS 뉴스 갈무리]

[직썰 / 안중열 기자] “이제 통화 패권의 핵심은 발행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미국은 ‘지니어스 법안’을 통해 디지털 인프라 자체를 장악하려는 겁니다.” 미래에셋증권 한 임원의 이 발언은 미국이 추진하는 스테이블코인 정책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미국 하원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통과시킨 ‘지니어스(GEANIOUS) 법안’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미국 국채 또는 현금성 자산으로 100% 담보를 의무화했다. 이는 단순 규제를 넘어, 디지털 자산 시장 전체를 ‘달러 중심 통화질서’로 고정하려는 전략적 설계다.

비트코인은 법안 통과 직후 사상 처음 12만달러를 돌파했고, 이후 차익 실현 흐름 속에서도 강세를 유지했다. ‘디지털 통화 설계권’을 선점한 미국의 구조적 우위가 시장 가치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국채를 디지털 통화의 ‘디폴트 담보’로

지니어스 법안의 핵심은 담보 자산의 국채 고정이다. 민간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는 있지만, 담보는 반드시 미국 국채 또는 현금성 자산으로 제한된다. 즉, 디지털 통화 설계의 중심축에 ‘국채’를 배치한 구조다.

표면상 발행 규제로 보이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디지털 결제·자산 시장을 ‘달러+국채’ 포맷으로 고정시키는 구조 설계다. 글로벌 결제 인프라, 핀테크 기업, 거래소 등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국채를 매입해야 하며, 이는 국채 수요 기반이 민간 디지털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을 넘어 디지털 금융 시스템의 기본 단위, 즉 ‘디폴트 담보’로 격상되고 있다.

◇‘설계된 분산’이라는 통제 전략

지니어스 법안의 본질은 ‘설계된 분산(Designed Decentralization)’이다. 민간 발행을 허용하면서도, 운용 조건과 담보 구조는 미국 인프라 안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중국의 중앙발행 디지털화폐(CBDC)처럼 폐쇄형 모델이 아닌, 개방형 민간 구조를 가장한 통제형 인프라 전략이다.

중국·브라질·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들이 중앙은행이 직접 관리하는 CBDC에 집중하는 동안, 미국은 민간 중심 개방형 모델을 통해 확장성과 글로벌 연동성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이처럼 ‘달러+국채’를 디지털 통화 시스템의 기본 포맷으로 강제하는 설계는, 사실상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디지털 코드로 수직 확장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위기 시 취약한 ‘삼중 분리 구조’

하지만 이 구조는 위기 시 정책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식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주체(민간) ▲담보 자산(국채) ▲정책 결정(연준)이 분리된 ‘삼중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테라-루나 사태처럼 디페깅(가격 연동 실패)이나 유동성 경색 발생 시, 연준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민간 플랫폼에서 문제가 증폭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신흥국 통화 주권 침식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자국 내 결제 표준이 되는 순간, 자국 중앙은행이 아닌 외부 플랫폼이 통화 유통을 지배하는 디지털 식민주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디지털 자산과 통화정책 간 정책 인터페이스 구축, 민간 플랫폼에 대한 공공 리스크 규제 등 다층적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

◇코드로 통화 질서를 지배한다

지니어스 법안은 디지털 통화 전쟁에서 ‘설계권’을 장악하겠다는 미국의 선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가상자산이 아니라, 통화 질서를 ‘코드’로 구조화한 시스템이다.

결국 누가 그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담보 체계를 규정하며, 리스크를 통제하느냐가 디지털 시대의 통화 패권을 결정한다.

‘달러+국채’ 구조를 코딩한 미국은 이미 지폐가 아닌 코드로 통화를 장악하는 설계자로 올라섰다. 디지털 통화 설계 전쟁의 최전선에, 지금 미국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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