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최태인 기자] 영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슈퍼컴퓨터를 본격 가동하며 글로벌 AI 인프라 국가로 도약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브리스톨 슈퍼컴퓨팅 센터(BriCS)에서 열린 리본 커팅식을 통해 공개된 '이점바드-AI(Isambard-AI)'는 총 5,448개의 엔비디아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탑재하고, AI 연산 성능 21 엑사플롭스를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영국은 기존 모든 자국 슈퍼컴퓨터 성능을 능가하는 AI 기반 인프라를 갖추게 됐으며,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도 TOP500 기준 11위, 에너지 효율 부문에서는 Green500 기준 세계 4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피터 카일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오늘 이 스위치를 누름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공공 서비스, 국민의 번영, 과학적 발견, 국가 안보를 위한 ‘슈퍼 미래’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강조했다.
이점바드-AI는 단순한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넘어, 영국이 추진하는 국가적 AI 전략을 실행에 옮길 핵심 인프라다.
이 슈퍼컴은 NHS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를 구현하는 ‘나이팅게일 AI’, 웨일스어 등도 지원하는 영국 특화 LLM 프로젝트 ‘브릿LLM’, UCL이 주도하는 AI 기반 전립선암 진단 시스템, 리버풀대학의 친환경 산업소재 탐색 프로젝트 ‘EIMCRYSTAL’, 일상 기록을 분석해 치매환자를 돕는 ‘에고AI’ 등과 같은 혁신 과제들을 우선 수행 중이다.
이 모든 프로젝트는 브리스톨대,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구축됐다. 특히 구축 기간이 2년이 채 안 되는 스피드로, 실제 모듈형 데이터센터는 단 48시간 만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점바드-AI는 단지 빠르기만 한 컴퓨터가 아니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GH200 기반 HPE 수랭식 블레이드 시스템은 캐비닛당 최대 440개의 GPU를 탑재하면서도 수랭 냉각으로 90% 이상을 물 없이 건식으로 구동한다. 전체 시스템 전력 사용 효율은 PUE 1.1 이하로, 현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이 시스템은 향후 전력 폐열의 재활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친환경 설계가 적용됐다. 전체 시스템 전력은 5메가와트로, 단일 슈퍼컴퓨팅 시설 기준에서도 세계적 규모다.
이점바드-AI는 단순한 하드웨어를 넘어, 영국 정부의 국가적 AI 전략 실현의 플랫폼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런던 테크 위크에서 “영국은 AI 소비국이 아닌 AI 창조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엔비디아 창립자 젠슨 황 역시 “영국이 스타트업과 산업 전반을 재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와 연구혁신부는 이 시스템의 사용을 관리하며, 스타트업과 중소 기관도 접근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한다.
특히, '이점바드'라는 이름은 19세기 영국 산업혁명을 이끈 엔지니어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영국 과학기술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상징함을 의미한다.
영국은 이점바드-AI를 시작으로, AI 기술력은 물론 글로벌 과학 인프라 국가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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