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가계순자산이 2억5251만원으로 3년 연속 일본을 앞질렀다. 하지만 순자산 증가를 견인한 것이 부동산 자산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생활수준이나 소비 여력 면에서는 여전히 불균형과 구조적 취약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이하 한은)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은 전년말 대비 424조원(+3.4%) 증가한 1경3068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19조원, +1.8%)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비금융자산은 집값 상승 등으로 늘어난 주택자산을 중심으로 증가(+215조원, +2.2%)했다. 금융자산도 현금·예금과 보험·연금 위주로 263조원(+5.1%) 늘었다.
순자산 구성내역을 보면 주택이 50.9%로 가장 크고, 다음으로 주택 이외의 부동산(23.7%), 현금 및 예금(19.4%), 보험 및 연금(12.1%)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2024년 말 순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은 74.6%로 전년말(75.4%)보다 하락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1경3068조원)을 추계 인구(약 5175만명)로 나눈 1인당 가계순자산은 2억5251만원으로 전년(2억4450만원)에 비해 증가했다. 2024년 평균 환율로 환산한 1인당 가계순자산은 18만5000달러다. 미국(52.1달러)과 호주(40.1달러), 캐나다(29.5달러), 독일(24.9달러), 프랑스(23.0달러), 영국(20.6달러)보다 낮고, 일본(18.0달러)보다는 크다.
하지만 단순히 수치만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잘 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소득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부동산(주택·토지) 자산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네티즌이 참여하는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도심 기준 아파트 매입가(㎡ 단가)는 현지단가 환산 기준 서울이 2158달러, 도쿄가 1022달러로 서울이 도쿄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서울이 26.97, 도쿄가 14.86로 역시 두 배 가량 차이난다. 대출 감당력 지수 또한 서울과 도쿄가 각각 0.50와 1.14로 두 배 이상이며,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모기지)을 받은 사람이 연간 소득에서 얼마만큼의 비율을 상환 부담으로 쓰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모기지 상환 부담도 약 198.5%, 87.7%로 크게 벌어졌다.
수치적으로 일본을 앞지른 건 가계순자산뿐만이 아니다. 한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민간 부문 부채는 GDP 대비 207.4%로 일본 버블 붕괴 직전 수준과 유사하다. 한은은 특히 민간부채 중 가계부채 비중이 약 45%로 1994년 일본(32%)에 비해 부채 구조가 가계에 편중돼 있다고 짚었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락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가 부동산 투자 확대, 전세 대출 확대 때문에 엄청나게 올라갔다”며 “가계부채의 레버리지 효과는 70에서 80%를 넘어가면 성장을 할 수 없는 임계구간이 있는데, 한국은 90% 수준이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한민국 민생의 가장 기본이 부동산 문제고, 양극화 불평등 역시 전체 인구 중 한국 소득 비중 상위 10%가 46.5%를 점유하는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로 인해 소비 성향이 떨어지고 순자산기준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 김남주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 등을 거치면서 지니계수 등이 완화되긴 했지만 워낙 불평등도가 심해서 OECD 수준으로 보면 안 좋은 쪽의 상위권으로 굉장히 불평등도가 심각하고 특히 노인 빈곤율은 독보적인 1등”이라며 “가계부채 비율이 90%대까지 내려왔는데 8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일본이 70% 초반인데 우리나라가 54% 수준이기 때문에 65%까지는 완화해야할 것”이라며 “조세와 재정 정책을 통해서 이런 격차를 해소하고 시장 소득의 균등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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