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종료,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맞물리며 이동통신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통신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AI 서비스 전환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과거만큼 과열 경쟁이 벌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해킹 사고로 인한 가입 해지에 한해 위약금을 면제하는 정책을 이달 14일 종료했다.
면제 마지막 날 4만2027명이 이탈했던 것과 달리 종료 이후 하루 동안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 수는 4244명에 그쳤다. 번호이동 건수도 1만 건 이하로 줄면서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를 발표한 5일부터 매일 1만명 이상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혼란을 겪었으나 현재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단통법 폐지와 신규 단말기 출시라는 두 가지 변수를 앞두고 다시금 치열한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지난 10일 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 Z 폴드7과 Z 플립7이 출시되면서 이통3사는 지난 15일 일제히 사전예약을 실시하며 다양한 혜택을 내걸었다.
SK텔레콤은 갤럭시 Z7 시리즈 개통 고객에게 티빙 3개월 무료 이용권, 슬림 케이스, 메가커피 쿠폰 77만개 등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T 다이렉트샵에서는 특정 요금제 가입자 대상 갤럭시 워치8 할인권과 콘텐츠 구독 서비스 혜택을 비롯해 연말까지 이어지는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전예약 후 개통하는 모든 고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모션을 준비했다”며 “향후 SK텔레콤 고객들을 위해 특별한 혜택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T는 24개월 후 단말기 반납을 조건으로 출고가의 50%를 미리 보상하는 ‘미리보상 프로그램’을 내세워 단말기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취했다. 이와 함께 ▲갤럭시 워치8 10% 할인 ▲액세서리 30% 할인 ▲Y덤 고객 대상 몽골 투어 이벤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AI 기반 통화 보안 앱 ‘익시오’의 보이스피싱 방지 기능과 라이너·캔바 등 업무 효율성 향상 AI 서비스 6개월 무료 제공을 내세웠다. 삼성팩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갤럭시 워치8 36개월 할부 할인 ▲전용 쿠폰 및 사은품 제공 등의 혜택을 강화했다.
다만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SK텔레콤 고객 이탈이 맞물리자 신규 가입자 영입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최근 KT는 해킹 사태를 빌미로 허위 광고를 했다는 신고를 받으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사실조사를 받게 됐다. 방통위는 지난 10일 현장 점검을 벌인 뒤 KT가 약정 조건 및 서비스 내용을 과장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안내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6일부터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KT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법령에 따라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또 단통법 폐지와 맞물려 일부 유통망에서 허위 또는 기만적 광고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이동통신 3사 임원을 불러 과열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법 및 편법 행위에 대해 엄격히 대응할 것”이라며 “신규 단말 출시와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각 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프로모션과 혜택 경쟁이 반복되면 통신서비스의 본질적 품질 향상보다는 단기 성과 중심의 시장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혜택 경쟁은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업계 전반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될 소지도 있다”며 “다만 최근 통신업계가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전환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과거처럼 과열된 양상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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