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경기도의 ‘기후급식’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기후플레이션’ 이상고온에 따른 농작물 피해로 유통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으로 학교 급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금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경기도가 냉동 시금치를 활용한 ‘기후급식’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경기도와 도내 친환경농가, 학교, 농업전문가,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시군급식지원센터로 구성된 ‘품질기준협의체’ 관계자들이 냉동 시금치를 조리한 음식을 시식하고 있다.(사진=경기도)

21일 경기도는 8월부터 친환경 냉동 시금치 2톤을 ‘친환경 등 우수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사업’ 참여학교에 시범공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상고온에 따른 시금치 가격 급등으로 학교급식 현장이 큰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을 감안한 선제적 조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지난 18일 기준 시금치 100g 가격은 1982원으로 지난달 809원 대비 144.9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1513원)과 비교했을 때는 31%, 평년(1288원) 대비 53.88% 오른 수치다.

이에 경기도는 도내 친환경농가, 학교, 농업전문가,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시군급식지원센터로 구성된 ‘품질기준협의체’를 운영해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학교급식 공급기준 마련을 논의해 왔다. 이번 냉동 시금치 시범공급은 협의체를 통해 도출된 경기도형 ‘기후급식’ 모델의 첫 실천 사례다.

앞으로도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생육 불안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기에 수확한 농산물을 냉동 보관하고 필요 시 공급하는 방식은 가격 변동을 완화하고 공급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가는 안정적 판로와 소득 확보, 학교는 급식예산 부담 경감, 학생들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공급식 이용, 농산물 폐기 및 농업 부문 탄소 감축 기여 등 1석 4조의 효과가 있는 정책이다.

도는 친환경 등 우수 농산물 사업에 참여하는 도내 2337개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냉동 시금치 2톤을 공급할 예정이며, 수요와 만족도 등을 분석해 향후 이같은 방식의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박종민 경기도 농수산생명과학국장은 “이번 공급은 단순한 냉동농산물 공급이 아닌, 기후 환경에 맞춘 ‘친환경 농산물 품위기준’ 첫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며 “앞으로도 ‘기후농정’이라는 비전 아래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공공급식을 통한 기후정의 실현에도 기여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3월에는 학교 공급규격보다 작지만 품질에 문제가 없는 가정용 크기의 감자 18톤을 공급해 학교 현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