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치 3.7조' 홈플러스 회생 낙관할 수 없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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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치 3.7조' 홈플러스 회생 낙관할 수 없다…왜?

이데일리 2025-07-21 07:37: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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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3조7000억원을 내고 2조5000억원 가치의 회사를 사는 거래가 있다면 누가 응할까.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다. 청산이 회생보다 1조2000억원 더 이득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인수합병(M&A) 성사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 3월 4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넉 달. 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홈플러스를 유지하기보다는 문 닫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회생절차의 대원칙인 ‘청산가치 보존 원칙’에 따라 M&A 시 인수 가격은 최소 청산가치 이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인수자는 2조5000억원 가치의 회사를 3조7000억원 이상 주고 사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현재 상태로는 2조9000억원에 달하는 확정채무도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진석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청산가치 보존’ 원칙이 M&A 핵심 변수

기업구조조정·인수합병 등 기업법무 분야에서 30년간 활동해온 장진석(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지난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M&A 시 인수 가격은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청산가치 보존의 원칙은 회생절차를 규율하는 대원칙으로, 회생절차가 청산보다 채권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가 청산가치 이하 M&A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알려진 상환전환우선주의 시장가치는 약 9000억원이며, 국민연금이 우선주로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는 5826억원에 달한다. 이 중 회수한 원금이 942억원, 이익금이 2189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청산가치 3조7000억원 이하의 M&A에 동의해 이미 확보하고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만일 포기한다면 당장 책임자 문책이나 배임 이슈가 제기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MBK파트너스가 2조5000억원 상당의 보통주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장 대표변호사는 “조사보고서 상으로도 MBK가 가진 보통주는 청산 시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MBK의 주장은 실질적으로 거의 가치가 없는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계속기업가치 과대평가에 인수자 찾기 난항

더욱이 조사보고서의 계속기업가치 평가 자체도 과대평가 우려가 제기된다. 장 대표변호사는 “보고서 내용을 보면, 낙관적인 가정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계속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메가푸드마켓(Mega Food Market) 점포 리뉴얼로 평균 매출액 15.7% 상승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리뉴얼로 평균 매출액 4.8% 상승 △대형마트 폐점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해당 폐점 이용 고객의 21.3%가 인근 홈플러스 매장을 지속 이용하게 된다는 가정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폐점이 예정되어 있는 점포의 청산가치를 해당 점포 소재 지역의 근린상가 법원 경매시의 경락율 평균으로 가치를 산정한 점”에 대해서는 “대형마트는 그 입지와 구조 때문에 다른 용도로의 전용이 쉽지 않아 일반적인 근린상가의 가치 평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결국 계속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청산가치 수준으로 회사를 인수하려면 인수자는 최소 3조70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약 1조2000억원의 가치 차이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측은 부동산 담보 활용으로 실제 필요 자금이 1조원 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4조8000억원 규모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활용해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면 2조원 내외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나머지 부족분을 현금으로 보완하면 인수에 드는 실제 금액은 1조원 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 대표변호사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다. 우선 “홈플러스가 말하는 부동산 가격 4조8000억원은 홈플러스의 장부상 가격에 청산가치를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사 조정만을 거친 가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담보 제공 여력이다. 장 대표변호사는 “작년 5월 홈플러스는 보유 부동산 중 자가 점포 60개를 신탁한 후 메리츠금융그룹 앞으로 담보제공하고 최고 14%라는 지속 불가능한 금리로 1조3000억원을 빌렸으므로, 추가 담보제공을 위해 활용가능한 부동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특히 “당시 모든 금융사가 리파이낸싱을 거절한 상황에서 MBK가 찾은 유일한 협상 파트너가 메리츠뿐이었다는 사실은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고, 지난 3년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각각 -6.21%, -5.34%, -7.03%에 달했던 홈플러스가 담보를 제공하고도 이런 고금리로 겨우 돈을 빌릴 수 있었던 상황을 고려해보면, 인수기업이 M&A에 4조8000억원의 부동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홈플러스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변제 지연에 MBK 책임론 제기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으로 5300억원 상당의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이 원금 회수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즉시 변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강력한 구조조정 및 비영업자산 처분을 통해 경영을 개선하더라도 2025회계연도 2700억원, 2026회계연도 1400억원, 2027년 336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장 대표변호사는 “M&A가 성사돼도 피해자들이 원금이라도 즉시 변제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고, 통상적인 회생 사례처럼 향후 10년 이내의 회생기간 동안 원금을 분할해 일부씩 상환하는 방식으로 회생계획이 마련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MBK파트너스의 회생절차 활용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MBK가 홈플러스의 대규모 영업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엑시트 전략으로 법원의 회생절차를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며 “기습적인 기업회생신청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현실성이 떨어지는 변제 계획으로 희망고문을 거듭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MBK의 주장대로 1조원도 안 되는 값싼 돈으로 홈플러스 같이 좋은 기업을 인수할 기회라면 홈플러스를 매각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라며 “MBK가 그 정도 돈을 추가 출자하고 경영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해결해 나가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홈플러스와 관련된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만큼, 이제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장진석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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