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먹구름을 잔뜩 품었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거기다 비마저 바람을 타고 흩뿌리니 제아무리 좋은 구경거리가 있다고 한들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입니다. 비옷이 있으면 걸치고, 우산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피할 곳을 찾아듭니다.
스포츠 이벤트에 있어서 ‘비가 내리는 것’은 주최자가 가장 꺼리는 상황 중 하나라고 여깁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렇게 애를 써서’ 준비한 행사가 취소(심한 경우)되거나 사람이 들지 않아 성과없는 결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최자로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4월 19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된 ‘2025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시리즈 개막전’의 기상 상황도 슈퍼레이스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하늘은 먹빛으로 물들었고, 바람이 일었습니다. 거기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로 마음은 어지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곧 기가 막힌 ‘반전’이 일어납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뿌려대도 관중석에서는 500~600명의 팬들이 묵묵하게 레이스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국내 모터스포츠 현장을 취재하면서 레이스 중 비가 내리면 관중석이 텅텅 비는 것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관중석에서 팬들이 응원을 보내는 것은 흔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이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하는 의문부호(?)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답의 실마리를 찾고 있을 때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한 관계자가 가볍게 말을 건넵니다. “진정한 ‘찐 팬’의 등장인 것 같네요”라고요. 그런 것 같습니다. 국내 모터스포츠는 동호인들 주축으로 출범, ‘그들만의 리그’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대우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기간은 길었고 지금도 여전히 뿌리가 남아 있다는데 의견을 달리할 이들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도 레이스를 즐기는 팬들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모터스포츠의 진정한 팬덤 형성을 확인할 수 있어 한껏 뿌듯했습니다. 모터스포츠는 지난 시즌보다 한층 더 성장했고,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당연했습니다.
진정한 팬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슈퍼레이스는 물론 팀과 드라이버, 관계자 등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모든 이들의 노고가 고마움 그 자체입니다.
Copyright ⓒ 오토레이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