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폐수처리장, ‘우리’ 위한 예술로” … 고색뉴지엄 색깔 담긴 ‘동네야 놀자展’ [전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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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폐수처리장, ‘우리’ 위한 예술로” … 고색뉴지엄 색깔 담긴 ‘동네야 놀자展’ [전시리뷰]

경기일보 2025-07-20 16:22: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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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뉴지엄에서 진행 중인 ‘동네야 놀자展’에 전시된 ‘소리찬아트’의 짚풀공예 작품이 폐수종말처리장의 시설과 함께 배치돼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고색뉴지엄에서 진행 중인 ‘동네야 놀자展’에 전시된 ‘소리찬아트’의 짚풀공예 작품이 폐수종말처리장의 시설과 함께 배치돼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거대한 탱크. 화려했던 산업 발전의 한 단면이었을 거대한 공간에는 그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담긴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짚과 풀을 엮어 만든 누에섶, 소 부리망, 똬리, 오리계란 꾸러미와 복조리는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선조들의 지혜와 정서가 느껴졌다. 시간의 축적은 기계와 함께하든, 자연과 함께하든 형태만 다를 뿐 결국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같은 땅을 밟고 서 있는 존재였으리라.

 

지난 11일 고색뉴지엄의 재개관을 기념하며 개막한 ‘동네야 놀자展’ 현장은 공간 곳곳에 남아있는 폐수종말처리장의 흔적과 회화, 설치, 판화 등 전문 예술 작품부터 도심 속 생태의 시간을 담아낸 시민단체의 설치 작품, 볏짚으로 엮은 짚풀 공예품 등 다양한 생활예술 단체의 작품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색뉴지엄’은 산업단지가 몰려있는 권선구의 수원델타플렉스 안에 소재한 공간으로 애초 폐수종말처리장으로 지어졌지만 도심 재생사업을 통해 시민 모두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동네야 놀자展’ 전경. 이나경기자
‘동네야 놀자展’ 전경. 이나경기자

 

고색뉴지엄과 고색동이란 동네가 품은 단어는 ‘공존’이란 단어가 어울렸다. 전시장 인근엔 칠보산이, 바로 앞엔 생태하천인 황구지천이 흐르는 생태 동네이며 동시에 산업을 일구는 기업들이 몰려있었다. 공간의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 전시장에는 커다란 약품 탱크, 거친 콘크리트 벽면과 배관, 폐파이프와 전선과 온도계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새로 위탁운영을 맡게 된 ㈔수원민예총(수원민족예술인총연합)은 ‘고색뉴지엄’만의 색을 더했다. 이창세 고색뉴지엄 관장(수원민예총 지부장)은 “고색뉴지엄이 추구하는 핵심은 ‘소통’”이라며 “예술가만의 공간이 아닌,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주년을 맞이한 ‘동네야 놀자展’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차진환의 작품. 이나경기자
20주년을 맞이한 ‘동네야 놀자展’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차진환의 작품. 이나경기자

 

이런 목표는 재개관 기념 전시이자 새출발을 알리는 ‘동네야 놀자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동네야 놀자展’은 본래 공동체 예술의 살아있는 발자취로 불리며 “동네의 모든 이웃이 함께 어울려 논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는 수원민예총 시각예술·문학·사진·영상위원회의 작품뿐만 아니라 서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채로운 생활예술 단체가 함께했다.

 

고색뉴지엄에서 진행 중인 ‘동네야 놀자展’에 전시된 ‘새벽빛장애인학교’ 참여자의 작품. 이나경기자
고색뉴지엄에서 진행 중인 ‘동네야 놀자展’에 전시된 ‘새벽빛장애인학교’ 참여자의 작품. 이나경기자

 

기다란 파이프 관이 늘어선 복도의 양 옆엔 화이트큐브 대신 거친 콘크리트 벽에 ‘새벽빛장애인학교’의 작품이 배치돼 있었고, 고색동에서 30년 넘게 살아오며 지역의 전통인 고색농악보존회를 지켜온 짚풀공예가이자 ‘소리찬아트’ 남옥숙의 작품은 아이러니를 더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나의 존재보다 수없이 이전에 존재했을 나를 이루게 만든 대상들을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생각하고, 인지하지 못하지만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을 느껴봤으면 좋겠습니다.”

 

고색뉴지엄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서현덕 작가와 그의 작품 ‘Under skin’. 이나경기자
고색뉴지엄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서현덕 작가와 그의 작품 ‘Under skin’. 이나경기자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서현덕 작가의 설치 작품이었다. 고색동에서 나고 자라 ‘신체성’을 주제로 사운드(음향) 설치 작품을 펼치는 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색뉴지엄이 주는 공간의 매력을 십분 더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를 현대적인 사운드로 풀어낸 서 작가의 작품은 이질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분위기로 그곳의 공기와 어우러졌다. 귀로 들을 수 없는 음역에서 다홍빛의 물체가 스피커를 통해 진동하며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모습은 인지하지 못하는 무언의 존재들을 느끼게 했다. 공간의 사람들이 옛(古) 고향을 다시 찾아와(索) 살았다고 하여 ‘고색’이라는 뜻이 담긴 그리움의 동네를 한껏 떠올리게 했다.

 

고색뉴지엄은 앞으로 산업단지 내 근로자와 청년,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위한 연대의 축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창세 관장은 “앞으로 인근 델타플렉스 단지의 노동자와 연계한 문화예술 사업을 기획하고 있으며 또한 올 7월 말까지는 청년 작가 창작활동을 위한 기획 전시 공모를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2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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