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메시지를 보며 버텼다", "왜 우승을 하고도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AP신문 = 박수연 기자]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유일한 국가 대항전인 PNC(펍지 네이션스 컵)에서 지난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우승 직후 남긴 말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다시 한번 한국에서 'PNC 2025'가 열린다. 특히 크래프톤은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참가 팀도 기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하는 등, PNC를 진정한 '글로벌 빅 이벤트'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대회 최종일에는 걸그룹 ‘에스파’가 등장해 배틀그라운드와 협업한 ‘다크 이츠’ 무대를 펼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18일 진행된 얼리버드 티켓 예매에서는 파이널 스테이지 관람권 약 1000장이 판매 개시 직후 전량 매진되며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무엇보다도, 한국 팬들로서는 대회 3회 연속 우승으로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와 관심이 또다시 선수들을 향한 과도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일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해 세계 최정상급 팀들을 꺾고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음에도, 일부 팬들의 몰지각한 비난과 냉소에 심리적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이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심리·신체 등의 문제'를 어려움으로 꼽은 선수의 비율이 무려 48.1%에 달했다. 무엇보다도, 평균 나이 23.5세의 이스포츠 선수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은 조기 은퇴로 이어질 수 있따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이에, 최근 이스포츠업계에서는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성숙한 팬덤 문화의 정착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관계자는 “아쉬운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만, 최근에는 무분별한 비난이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게임 내에서 선수가 느끼는 문제점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 앤 마켓은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2025년 약 3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19.9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5년 약 7배 증가한 25조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바를 살펴보면, 게임 유저의 79.5%가 ‘이스포츠는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에 동의했고, ‘이스포츠도 야구, 축구와 같은 스포츠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와 ‘이스포츠의 올림픽 정식 종목화에 찬성한다’는 각 69.3%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으로 이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를 찬성하고 기대하는 만큼, 이제는 이스포츠에서도 메달 색깔과 관계 없이 선수들의 열정과 땀에 주목하는 응원 문화가 자리할 필요가 있다. 즉, 결과보다는 과정과 헌신에 박수를 보내는 문화는 스포츠 전반에서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스포츠 팬덤 역시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선수가 경기에서 실수할 수 있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곧 선수 개인의 인격을 공격하거나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익명성에 기댄 악성 댓글은 선수들의 자존감과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
PNC 2025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플리케' 김성민 감독은 "우승이 아니면 실패 그 자체라는 분위기가 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NC 2025는 한국 팀의 세 번째 우승을 위한 무대이기 이전에 한국 이스포츠 팬 문화의 수준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다. 진정한 강팀은 실력뿐 아니라 그 팀을 응원하는 팬의 태도에서도 나온다. '왜 눈치를 봐야 하는가'라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팬의 자세 또한 함께 성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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