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수 침체와 소비 양극화가 장기화로 유통 산업은 장기 불황에 빠졌다.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온라인 중심 소비 패턴이 고착화와 새벽배송·퀵커머스 확산과 디지털 전환, 물류 자동화 경쟁이 시장 트렌드 변화는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유통기업들은 독자 생존보다 '전략적 결합(M&A)'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브랜드 파워, 물류 인프라, 디지털 기술, 고객 데이터 등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기업 간 전략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확보하고, 포트폴리오 재편을 도모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M&A가 다시 활기를 띠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뉴스락>은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주요 M&A 사례를 톺아보고, 하반기 인수전의 향방을 짚어 본다.
생존 위한 전략…체질 개선형 M&A로 방향 선회
유통업계에서 인수합병(M&A)은 더 이상 외형 확장을 위한 공격적 전략이 아닌 생존과 체질 개선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중심 소비 환경이 고착화되면서 오프라인 기반 수익 모델은 한계를 드러냈고, 기업들은 자체 역량 강화보다 외부 자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통계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삼일 PwC 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재·리테일 분야 M&A는 약 293건, 11조300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건수는 13%, 금액은 21% 감소했다.
이는 저성장, 고물가, 소비심리 위축 등이 거래 둔화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단순한 위축이기보다는 비핵심 자산 정리나 기술 기반 기업 인수 등 사업 구조 재편 목적의 '리스크 대응형 M&A'가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정책 환경의 변화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정부는 최근 기업결합 심사 간소화, 인수자금 리파이낸싱 허용 확대 등 제도개선을 통해 전략적 M&A를 지원하고 있다.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SSG닷컴은 지난 2021년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해 커머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이후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W컨셉은 2023년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새로운 플랫폼을 품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을 내는 구조로 바꿔낸 것이다.
상반기 유통 M&A, '생존+전환' 동시에
2025 상반기에는 각기 다른 위기와 과제를 지닌 기업들이 M&A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
성장 정체, 수익성 한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다양한 배경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의 체질 개선 시도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웅진의 프리드라이프 인수,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가 꼽힌다.
웅진그룹(회장 윤석금)은 상조업계 1위 사업자인 프리드라이프를 약 8830억 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웅진프리드라이프'로 변경했다.
출판·교육 중심에서 벗어나, 장례·웨딩·시니어케어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케어' 시장에 진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시니어 산업의 성장성과 프리드라이프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으로 유효한 투자"라고 평가하면서도 "인수 자금을 대부분 외부 조달로 충당해 차입 부담이 확대된 점은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오아시스마켓(대표 안준형)은 티몬을 약 181억 원에 인수 한 뒤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 진행하며 이커머스 구조조정에 본격 나섰다.
티몬의 오픈마켓 노하우와 브랜드 자산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재무구조 개편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13년 연속 흑자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해온 기업으로, 이커머스 시장 내 구조조정 국면에서 비교 우위를 가진 사업자"라며 "티몬의 브랜드 자산과 오픈마켓 운영 노하우를 흡수하면 중장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티몬의 누적 적자 구조와 조직문화 통합 과제는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부담 요소"라고 꼬집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대표 김형조)는 급식·식자재 유통 전문기업 아워홈의 지분 58.62%를 약 8695억 원에 인수하며 식품 유통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기존 호텔·리조트 기반 식음 사업에 더해 급식과 식자재 유통을 핵심 축으로 편입하며, 식음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사업 외형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워홈이 보유한 국내 급식·식자재 유통 역량은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규모 인수 자금 조달로 인해 한화호텔의 부채비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기존 LG그룹 계열 고객사들의 이탈 가능성과 아워홈 노조와의 단체협약 등 내부 변수는 향후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유통업계 M&A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각 기업의 사업 전략과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구조 전환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인수 이후의 통합 전략과 재무 안정성 관리가 향후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구조 재설계 본격화...'포스트 M&A' 전략 주목
하반기 유통업계는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 비핵심 자산 정리와 핵심 사업 강화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 재설계' 흐름이 뚜렷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성경식품, 홈플러스, 롯데웰푸드가 있다.
성경식품(대표 육현진)은 김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식품기업으로, 2023년 기준 매출 1147억 원, 영업이익 107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입증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40%를 넘어서며, K-푸드 수출의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된다.
IB업계에 따르면 삼천리를 비롯한 복수의 기업들이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며, 농심·CJ·동원 등 국내 유력 식품기업들도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성경식품을 단순 식품회사가 아닌 K-푸드 확장의 잠재력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홈플러스(대표 조주연)는 법원 허가 아래 ‘인가 전 M&A’ 절차가 진행 중이다.
청산가치는 약 3조6800억 원, 계속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실제 매각가는 약 1~2조 원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보군으로는 GS·이마트·롯데 등 유통 대기업은 물론, 쿠팡·테무·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플랫폼 강자들도 거론된다.
특히 테무,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할 경우,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롯데웰푸드(대표 이창엽)는 제빵 부문의 분리 매각을 통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제과제빵 브랜드 '기린'과 수원·부산·증평 공장 등 제빵 생산시설로, 거래 규모는 약 1000억 원대로 예상된다.
KB증권이 매각 주관사로 나서 주요 식품·제조 기업에 투자안내서를 배포한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핵심 사업 전환을 위한 사업 재구축형 M&A로 해석된다.
산업 트렌드와 자본시장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유통업계도 새로운 전략 축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일PwC는 “2025년 유통 M&A는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 회복에 주력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채널의 구조조정과 기술 기반 딜이 주요 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딜로이트코리아 또한 최근 리포트를 통해, "금리 인하, 규제 완화, PE(사모펀드) 자본력 확대가 M&A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첨단 기술 도입과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 제휴·합작 투자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릿지코드는 "2025년 유통 M&A는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사업 전반의 '전면적 구조 전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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