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미국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 열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가 빠르게 흡수되며, AI 기술주와 디지털 자산 관련 종목이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는 중이다.
국내 보관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자금은 자산관리계좌(CMA에서 머니마켓펀드(MMF)를 거쳐 다시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반등이 아닌 구조 재편의 전조일 수 있다. 기술과 자산 쏠림, 정책 변화가 중첩되며 새로운 리스크 지형도 형성되고 있다.
◇美 기술 ‘빅5’에 183조…AI·코인이 견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16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317억400만달러(약 183조4500억원)로, 연초 대비 20.8%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테슬라(212억9000만달러), 엔비디아(146억6000만달러), 팔란티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위 5개 종목 모두가 AI 및 테크 종목이다.
AI·디지털 인프라 기대에 더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등 정책 호재까지 작용하면서 미국 증시에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셀 아메리카’ 반전…리스크는 누적
트럼프의 관세 공약은 한때 ‘셀 아메리카’ 흐름을 이끌었지만, 6개월 만에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소비지표·기업 실적이 견고했고, 보호무역이 미국 기술 기업에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된 결과다.
정용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비(非)미국 기업엔 손해지만, 미국 테크 기업에는 보호막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리스크도 쌓이고 있다. ▲기술·디지털 테마 쏠림 ▲밸류에이션 부담 ▲환율 변동성 등은 모두 개인 투자자에게 구조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한 테마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상황에선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인 제도화, 전환의 신호탄
미국 증시 반등의 주요 계기는 공화당이 주도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법안이 통과되며, 디지털 자산이 정책 영역으로 진입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테마를 넘어, 금융 시스템·통화정책·결제 인프라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구조 전환으로 해석된다. 자산 유동성이 블록체인 기반 채널로 빠져나갈 경우, 전통 금융은 대체·병렬화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코인베이스(6800만달러), 아이온큐, 서클 등 디지털·양자기술 기업을 대거 매수하고 있다.
◇CMA 줄고 MMF·빚투는 확대
국내 유동성도 변하고 있다. 7월 11~17일 CMA 잔고는 3조4470억원 감소한 반면, MMF는 약 7조5000억원 늘어나 23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단기 자금이 ‘대기성’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MMF는 단기채·CP 등에 투자하는 고수익·저위험 상품으로, 고금리 환경에서 매력도가 커졌다.
신용거래융자(빚투)도 21조5880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66조원을 상회하며 국내 시장도 공격적 투자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쏠림인가, 구조 재편인가
미국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은 단기 반등이 아닌 자산·정책·금융시스템 구조의 동시 변화로 읽어야 한다.
기술과 디지털 자산이 주도하는 이 흐름은 금융시장의 기준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AI 투자, 정책 우호성 등이 맞물리며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의 ‘대세론’과는 다르다. 지금의 투자 흐름은 질서가 재편되는 초기 신호이며, 이를 읽지 못하면 기회는 리스크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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