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HMM 본사 부산 이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는 이를 계기로 글로벌 해운도시로의 위상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해운업계와 전문가들은 본사 이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HMM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지연됐고, 정부는 조만간 다시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HMM 본사 이전의 명분으로 공공기관 지분 구조를 내세운다. 산업은행(57.9%), 한국해양진흥공사(19.9%), 국민연금(4%) 등 공공기관이 HMM 지분 77%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정책적 판단에 따라 본사 이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해수부의 부산 이전과 연계한 해양 클러스터 조성,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전략적 거점화 구상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구상에 발맞춰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차원에서 추가적인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상의는 HMM 이전이 부산을 글로벌 해운도시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최근 ‘HMM 본사 유치 경제효과 및 유치전략’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HMM이 부산으로 옮겨 50층 규모의 신사옥을 건립할 경우, 향후 5년간 생산유발효과 11조2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4조4000억원 등 총 15조6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부산상의는 “지난해 위촉한 정책자문단 소속 위원을 통한 연구용역”이라고만 밝히며, 구체적인 연구 주체는 공개하지 않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HMM 육상노조는 본사 이전이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적 개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 HMM 육상노조 관계자는 “임직원과 그 가족의 생활 터전까지 고려하지 않은 채 대주주가 정부기관이라는 이유로 민간기업의 이전을 강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기업의 지방 이전은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검토돼야 할 사안이며, 공적자금 회수와 같은 본연의 역할 대신 잘못된 방향으로 권한이 남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도 부산상의의 경제효과 분석에 대해 신뢰성과 현실성 모두 부족하다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가 구체적인 연구 주체와 분석 방식을 공개하지 않아 객관성이 떨어지고, HMM이 현재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도 9개 층만 사용하는 상황에서 50층 규모 신사옥 건립을 전제로 한 경제효과 추산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로서는 선박 발주 등 당면 과제만으로도 재정적 부담이 크다”며 “본사 이전과 대규모 건물 신축까지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본사 이전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본사 이전이 해운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공약 이행을 위해 민간기업을 이전시키는 방식은 기업 가치와 시장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HMM은 글로벌 영업과 금융 중심의 업무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본사 입지가 해운업 경쟁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며 “본사 이전 논의는 효율성과 시장 신뢰 측면에선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극항로에 대해서도 “기후 변화로 운항 가능성이 열리고 있지만, 상업적 활용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며 “특히 항로가 현실화되면 경유지상 러시아 해역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운항 조건을 조정하거나 통제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지정학적 변수는 안정적인 물류 운영에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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