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전자음 소리가 들리면 멈춰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는 ‘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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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전자음 소리가 들리면 멈춰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는 ‘멸종위기종’

위키푸디 2025-07-19 03:56: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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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한여름 숲속에서 투명한 유리를 스치는 듯한 날카로운 고음이 반복된다. 마치 얇은 전자음을 튕기듯 “삐리삐삐삐” 하고 이어지는 이 소리를 들었다면 발걸음을 멈춰야 한다.

정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팔색조(Pitta nympha). 참새목 팔색조과에 속하는 여름 철새로 수풀 아래 낙엽층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 이 새는 사람 기척에 매우 민감해 울음으로 영역을 알린다. 국내에서 잠깐 관찰되는 만큼 만났다면 조용히 거리를 두는 게 중요하다.

이유는 이 울음은 짝을 부르거나 영역을 알리는 신호지만, 사람 기척이 닿으면 울음을 멈추고 둥지를 버리기도 한다. 번식기에 방해를 받으면 알을 품지 않고 이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낙엽 아래 낮게 둥지를 트는 습성 탓에 눈에 띄지 않아 더 조심해야 한다.

짧은 머물음, 복잡한 깃털 색, 땅에 가까운 서식 특성 때문에 일반 탐조가 쉽지 않다. 조류학계에선 “실제로 존재하지만 보기 어려운 새”로 불린다.

몸길이 18cm, ‘여름 한정’ 산림 철새

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팔색조는 몸길이 약 18cm로, 참새보다 크고 직박구리보다는 작은 크기다. 몸은 둥글고 다리는 길쭉하다. 머리에서 등, 가슴, 날개, 꼬리까지 각 부위마다 전혀 다른 색의 깃털이 덮여 있다. 청록색, 파란색, 갈색, 흑색,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등이 섞여 있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복잡한 깃털 색은 학자들 사이에서 이름의 유래가 됐다. '팔색조(八色鳥)'는 몸에 여덟 가지 색이 공존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 중국에서도 비슷한 어휘가 사용된다.

팔색조는 이동성 조류로, 겨울을 동남아 열대지방에서 보낸 뒤 초여름 한반도로 북상해 번식을 시도한다. 활엽수가 우거진 숲속, 특히 습도가 높고 인적이 드문 곳의 땅 위에 둥지를 틀고, 낙엽을 모아 4~6개의 알을 낳는다.

울음소리만으로 확인되는 새

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팔색조의 존재는 시각보다 청각으로 먼저 포착된다. 울음소리는 "삐리삐삐삐"처럼 들리며, 날이 밝기 전 또는 해 질 무렵에만 짧게 울기 때문에 일반 탐방객은 거의 들을 수 없다.

경험 많은 탐조 전문가도 녹음 장비나 스펙트로그램 분석 없이는 식별이 어렵다고 말한다. 낮 동안에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으며, 땅 위에서 조심스럽게 이동해 나뭇잎이나 낙엽 사이에 몸을 숨긴다.

깃털 색이 화려하지만, 숲 속 푸른색과 섞이기 때문에 육안 관찰은 거의 불가능하다.

2000년대 이후 개체 수 급감

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팔색조는 매년 제주와 남해안 일대에서 번식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공식 기록은 급감했다.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감소다.

팔색조는 숲 바닥에 둥지를 트는 습성 때문에 산책로 개설, 캠핑장 조성, 벌목 작업 등에 특히 취약하다. 한 번 방해받은 둥지는 번식 성공률이 현저히 낮아지고, 이후 그 지역을 떠나는 사례가 많다.

기후 변화도 위협 요인 중 하나다. 번식기 중 집중호우나 이상고온이 발생할 경우, 산림 하층 구조가 변해 둥지 유실이 증가한다.

팔색조는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조류학회 등은 팔색조의 서식 밀도를 공식 발표하진 않지만, 한반도 내 개체 수는 수백 마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존재만으로 숲의 건강을 증명하는 새

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팔색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팔색조는 사람을 피하고, 밝은 공간을 피해 조용히 살아간다. 육안 관찰이 거의 불가능하고, 소리조차 제한된 시간에만 들린다. 하지만, 이 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숲은 건강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산림 생태계에서 하층 구조가 안정돼 있고, 토양이 습하고 교란이 적은 곳에서만 번식이 가능한 까닭이다. 팔색조의 서식 여부는 단순한 멸종위기 개체 수의 문제를 넘어, 산림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조류학계에선 팔색조가 매년 일정하게 관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리 기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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