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교·교육청, 관리도 제대로 못 하면서 학생들에 입시 부담만 전가"
안동·울진서 잇단 시험지 유출 시도…"알아도 신고 못 하고 쉬쉬"
(안동·울진=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경북 안동에 이어 울진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시험지 유출 시도 정황이 확인되면서 학교 현장의 시험지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입시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보다 철저한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지역 교육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안동에서는 지난 4일 오전 1시 20분께 전직 기간제 교사(30대·구속)가 학부모(40대·구속)와 새벽 시간대 행정실에 무단 침입,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리려다가 경비 시스템에 적발됐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부모의 자녀는 지난 4일 학교가 실시한 기말고사 수학 영역 평가에서 평소와 달리 40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항상 만점을 받던 학생인데 40점이 나와서, 첫날 시험지는 유출이 안 됐다고 봤다"며 "전직 기간제 교사가 1학년 때 담임을 맡았으며, 이 학생은 1학년 때부터 줄곧 전교 1등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울진에서도 시험지 유출 시도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4월 23일 오전 1시께 고3 재학생이 교무실에 침입해 시험지를 훔치려 했으나 마찬가지로 사설 경비 시스템이 울리며 미수에 그쳤다.
도망갔던 학생은 폐쇄회로(CC)TV 화면에 흔적을 남겼다.
학교 측은 사건발생 이튿날 오후 1시께 경찰에 신고했고, 학생은 사흘 뒤 경찰에 붙잡혔다.
학생은 "시험지를 훔치려고 했다"고 자백했으나,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 대신 '건조물 침입' 혐의만 적용해서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이 미수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학생은 퇴학 대신 자퇴로 처리가 돼 내신 성적 평가에 있어 다른 학생들에게 일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교내 학업 평가라는 이유로 '학업성적관리위원회'만 개최하고 이번 사건을 교육청에는 별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
경북도교육청은 재학생들이 전날(17일) 한 언론사 시사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과 소셜미디어(SNS)에 단체로 관련 글을 남기면서 사건을 공론화하고 나서자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문제가 된 학생의 전체 성적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2학년 때 성적이 일부 오르기는 했으나 안 좋은 과목도 있었다"며 "안동처럼 지속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근 일련의 시험지 유출 시도 사건으로 '내신 공정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당국이 뒤늦게 내놓은 전수 조사와 관리지침 강화도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가 된 울진의 해당 고등학교 한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청이 내신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에게 입시 부담만 전가하고 있다"며 "지역 사회가 좁아서 누구도 교육청에 신고하거나 나서지 못했다. 학생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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