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더운 여름 추천하는 생태 피서지 '풍혈'과 '얼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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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더봄] 더운 여름 추천하는 생태 피서지 '풍혈'과 '얼음골'

여성경제신문 2025-07-18 11:00:00 신고

덥다. 너무 덥다. 2025년 7월은 초반부터 너무 덥다. 폭염 경보가 내리던 한주. 뜻하지 않은 업무로 며칠 동안 바깥출입을 하였다가 쏟아져 내리는 땡볕에 땀이 흐르더니 몸무게가 3kg이나 빠졌다. 더위를 먹었나 보다. 더위를 먹은 이유는 부끄럽다. 출장길에 점심 하나 시원히 먹겠다고 코앞의 식당을 놔두고 맛집을 찾아 무리하게 좀 더 걷다가 된통 더위를 먹은 것이다. 그래도 살 빠지니 기분은 좋다.

몸을 식히느라 에어컨 앞에서 몸을 앞뒤로 돌아서 가며 바람을 맞았다. 역시 에어컨이 최고다. 그러다 이 더위에 갈만한 곳이 어디일지 생각해 봤다. 휴가철인데 에어컨 앞에서만 지낼 수 없지 않은가. 더구나 생태를 지향하는 사람이니 천연 피서지를 가야지 않겠는가.

풍혈이 생각났다. 풍혈(風穴).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의 바람이 바위틈에서 새어 나와 여름이면 시원한, 겨울이면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구멍이다. 그 원리로 자연대류설이 있다. 

자연대류는 공기가 온도 차에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다. 공기는 따뜻하면 가볍고, 차가우면 무거워서 스스로 아래위로 움직이는 성질이 있다. 그 현상이 무너진 바위틈 사이에서 일어나 바깥의 뜨거운 공기가 돌 틈을 지나 풍혈에서는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풍혈의 건너편에는 열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온천과 비슷한 장소가 있어서 그것의 에너지가 돌 틈 사이로 분출되다가 차가운 에너지로 바뀐다는 이론도 있다. 실제로 풍혈이나 냉천 지대 반대편 어딘가에 온천이 있기도 하다. 대개는 상업성이 없어서 온천으로 개발을 안 한다.

우리나라에는 숨겨진 풍혈들이 많다. 풍혈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으로 대표적인 곳이 진안의 풍혈냉천이다. 바람구멍과 차가운 샘이 있는 곳이다. 진안군 성수면의 풍혈냉천은 입구에 가면 냉천약수가 있다. 냉천약수의 계단을 내려가면 엄청나게 차가운 물이 흐른다. 살짝 손이라도 대면 차가움에 놀란다. 

그곳에서 산길을 따라 걸어가면 곳곳에 바람구멍들이 나타난다. 무너진 돌 틈 사이로 바람이 나온다. 매우 서늘하다. 그 바람을 맞으면 금세 시원해진다.

진안군 성수면의 풍혈냉천 동굴. 예전에는 매점으로 운영하였으나 지금은 폐쇄되어 보존되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진안군 성수면의 풍혈냉천 동굴. 예전에는 매점으로 운영하였으나 지금은 폐쇄되어 보존되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그 바람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고 깨진 돌 틈이라 위치가 애매해서, 사람들은 바람구멍으로 얼굴을 들이밀거나 뒤돌아 앉아 엉덩이를 들이대고 있다. 경사가 진 곳들이라 모양새가 참 어정쩡하다. 휴지라도 들고 있으면 상상하는 딱 그 모습이다.

그래도 어쩌랴. 딱 한 뼘만 옮겨 가도 열기를 느끼는지라 불편해도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다. 여기를 자주 다닌 사람들은 방석을 들고 앉는다. 풍혈은 물방울이 맺히는 곳이라 그냥 앉으면 금세 엉덩이가 젖는다. 생각해 보라. 족히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100여m를 길을 따라 바윗돌 틈마다 어정쩡한 기마 자세를 하고 앉아 있다. 자세는 불편해도 표정들은 행복하다. 

오랫동안 주민들이 주차료도 받고 큰 풍혈 바위에 벽을 세워 동굴처럼 만든 창고 매점에서 막걸리도 팔았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몇 년 전 막걸리 팔던 냉천 창고를 폐쇄했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풍혈을 찾는 이도 줄어들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  

진안의 풍혈냉천은 예전부터 원불교 사유지이다. 몇 년 전 원불교 재단에서 워크숍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필자는 강의하면서 지속 가능한 관광이라는 주제를 꺼냈었다. 토론 주제 대상지 중 하나가 풍혈냉천이었기 때문이다. 풍혈냉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의견은 지속 가능한 관광 차원에서 풍혈냉천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쉽게 말하면 관광지에 괜히 사람들이 많이 와서 환경을 망치지 말고 관광과 환경 보전을 함께할 좋은 기술이 나올 때까지 막아 놓고 놔두자는 것이다. 좋은 생태관광지를 당장 돈이 된다고 방치할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놔뒀다가는 풍혈냉천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좋은 것은 오랫동안 남아야 한다. 언젠가는 풍혈냉천이 좋은 생태 환경을 지닌 사람들도 즐기는 존경받는 성지로 만들어질 것이다. 원불교 재단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 

진안만큼 좋은 풍혈들은 많다. 의성군 춘산면의 빙혈과 풍혈을 추천한다. 지역 이름도 빙계리 빙계 계곡이다. 계곡 사이로 시원한 바람들이 뿜어져 나온다. 빙혈은 얼음 구멍이고 풍혈은 바람구멍이다. 빙혈은 풍혈과는 차원이 다르다. 냉동고와 냉장고의 차이다. 여름에 오히려 얼음이 얼고 겨울에 얼음이 녹는 곳이다. 비가 내리고 습도가 높은 요즈음 가면 쾌적함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밀양 얼음골의 결빙지. 여름에는 얼음이 온다.  사진=김성주
밀양 얼음골의 결빙지. 여름에는 얼음이 언다. /사진=김성주

빙혈은 여러 자연조건이 일치하였을 때 나타나는 곳이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배려했다. 빙계 계곡은 겨울에 아이스 클라이밍 대회가 열린다. 빙계 계곡이 있어서 그런가 의성이 컬링을 잘한다. ‘영미! 영미!’를 목 놓아 외쳤던 평창 동계 올림픽팀이 의성군이었다.

빙혈이 이루어진 곳을 다른 말로 하면 얼음골이다. 얼음골 하면 밀양 얼음골이 생각난다. 영남 알프스 지류에 밀양시 산내면의 얼음골은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되어 있다. 계곡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냉장고다. 시원한 냉풍을 느끼면서 계곡을 올라갈 수 있다.

계곡 주변 적당한 바위에만 앉아 있으면 된다. 구멍을 찾을 필요가 없다. 참고로 얼음골 입구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라. 볼일을 보고 수도꼭지를 열면 전국 최저 온도의 물로 세수할 수가 있다. 

또 다른 얼음골로는 제천시 금수산의 능강계곡 한양지가 있다. 한양지(寒陽地)라는 고풍스러운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여름에 얼음이 어는 곳이다.  

그리고 얼음골은 아니지만 여름에 냉수가 흘러나오는 곳이 있는데 삼척시 근덕면의 소한계곡이다. 계곡 물이 깊은 석회암 동굴 속을 거쳐서 나오니 매우 찬 물이 나온다. 계곡물에 손을 담그면 어찌나 찬지 손이 벌게진다.

소한계곡은 독특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물 김이 나는 곳이다. 민물 김 한 장에 삼만원이란다. 그래서 민물 김 연구소가 있다. 또 민물고기 전시관도 있다. 아래쪽 초당저수지는 산책하기 너무 좋다. 필자는 동해로 휴가를 갔다가 너무 더우면 소한계곡으로 몸을 피한다.

삼척시 근덕면의 초당저수지. 평범해 보이는 저수지이지만 발원지를 따라 올라가면 소한계곡에 용출되는 차가운 계곡물과 국내 유일의 민물 김이 자생하는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사진=김성주
삼척시 근덕면의 초당저수지. 평범해 보이는 저수지이지만 발원지를 따라 올라가면 소한계곡에 용출되는 차가운 계곡물과 국내 유일의 민물 김이 자생하는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사진=김성주

처음부터 생태 관광을 목적으로 가꾸어지는 곳이 있어서 방문을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정선군 북평면의 항골계곡 숨바우길이다. 북평면은 잘 모르겠지만 아우라지역이나 나전역은 들어 봤을 것이다. 나전역이 있는 곳이 북평면이다. 

우선 나전역에서 내려 역사 안에 있는 나전역 카페에 들어가 시그니처 메뉴인 ‘나전역 크림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항골 계곡으로 이동한다. 항골 계곡에는 트레킹하기 좋은 숨바우 길이 마련되어 있다. 여름도 좋고 겨울도 좋다.

숨바우는 숨어 있는 바위란 뜻이란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숨을 쉬는 바위로 느껴졌다. 바위가 숨을 쉰다. 여름에는 차가운 숨을 내쉬고 겨울에는 따뜻한 숨을 보내는 곳이다. 숨바우길을 가다 보면 곳곳에 풍혈이 있다.

트레킹에 살짝 지치고 지루할 때면 나타나는 서늘한 기운은 사람들의 기운을 충전시킨다. 항골 계곡에 내리는 계곡물은 장관이다. 계곡의 생태계는 매우 건강하다. 수많은 식물종이 있고 물까치들이 보인다. 

한 시간쯤 가면 화전민이 살던 터가 나온다. 이곳에 쉴 수 있는 벤치가 있다. 그곳에서 잠시 쉬고 내려오라. 그리고 나전역 카페에 가서 곤드레 라테를 마셔라. 나전역 카페 대표가 북평면 생태 관광의 리더이다. 커피 마셔줘야 한다.

정선군 북평면 항골숨바우길 트레킹의 시작점인 나전역 카페의 나전역 크림커피. /사진=김성주
정선군 북평면 항골숨바우길 트레킹의 시작점인 나전역 카페의 나전역 크림커피. /사진=김성주

처음 숨바우길의 생태 조사를 하러 방문했던 시기는 겨울이었다. 얼음이 녹지 않은 길이라 미끄러웠는데 가다 보면 얼음이 녹아 새싹이 돋을듯한 따뜻한 길들이 나온다. 바위가 숨을 쉬는 것이 맞다. 

북평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항골계곡 숨바우길의 생태 환경을 보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생태 관광이 무엇인지 지속 가능한 관광이 무엇인지 배우려 강좌도 열고 벤치마킹도 간다. 그래서 더 좋다. 

정선군 북평면의 항골계곡. 시원한 계곡에서 숨바우길과 다양한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사진=김성주
정선군 북평면의 항골계곡. 시원한 계곡에서 숨바우길과 다양한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사진=김성주

그러면 얼음골의 생태는 어떤가.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피서지이지만 정작 얼음골에는 생물들이 많이 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얼음골이나 풍혈은 바위로 이루어진 지형이라 그렇다. 흙이 없기에 식물이 살기 힘들고 식물이 없는 곳에 벌레가 모이지 않으니 새들도 없다. 조금 심심한 곳이다. 유독 인간만이 피서를 위해 좋아하는 곳이다. 

새들이 별로 없으니 조용하다. 그러면 새들은 어디로 피서하러 갈까? 요즈음 북한산과 한라산 정상에는 까마귀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대개 주택가에서 쓰레기봉투를 노리고 있을 것들이 왜 여기에 있을까. 까마귀들도 더워서 산 정상으로 피서하러 간 것이다. 새들도 피서를 간다. 

한라산 꼭대기에서 피서를 즐기는 이 까마귀들은 큰부리 까마귀이다. 큰부리 까마귀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북 지역에 많이 산다. 한라산과 북한산의 까마귀들은 일본에서 넘어온 까마귀들이다. 일본 까마귀들이 왜 한국까지 넘어왔을까? 더워서 온 거다.

우리보다 훨씬 더운 일본의 더위를 못 견뎌 한국으로 이민을 온 것이다. 덕분에 요즈음 주택가에서 까마귀 떼들이 많이 보인다. 기후 위기는 새들의 이동을 부추기고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자기들도 살려고 하는 건데 어쩔 텐가.

피서 이야기를 하는 지금 뉴스에서는 역대급의 폭우가 내려 온 나라가 난리다. 더우면 너무 덥고 비 오면 다 쓸려 나가는 세상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세상을 지키고 인생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더워서 빠진 3kg은 비 온다고 며칠 집에서 먹었더니 다 보충되었다. 다이어트는 안 되는구나.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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