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이명구 관세청장이 취임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관세정책 대응 및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특별대응본부(이하 미대본)’의 활동 점검에 나섰다. 이는 최근 자동차·부품,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미국 측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관세청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방위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청장은 지난 1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미대본 5~6월 활동실적을 점검하는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어 18일에는 실제 고율 관세로 인한 영향이 큰 자동차부품 수출업체인 성우하이텍(경남 양산 소재)을 찾아 현장 상황을 청취하고 기업의 건의사항을 들었다. 관세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대본 본부장 직책을 차장에서 청장 직속으로 격상시키며, 조직 차원의 대응 강도를 높였다.
관세청은 지난 두 달간 미국 관세당국과의 협력 강화에 집중해왔다. 5월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관세국경보호청(CBP)과 국장급 회의를 열어 실무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국내에서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통관제도 설명회를 개최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국 통관제도와 원산지 기준 관련 상담을 제공했다. 특히 자동차·부품, 식품, 철강·알루미늄 등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비특혜 원산지 판정 대응 가이드, 10대 FAQ, HS 품목번호 연계표 등을 제작해 배포하고, 무역통계 활용 영상과 품목분류 설명회도 실시했다.
기업 현장의 어려움은 단속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관세청은 한국철강협회 및 상공회의소와 함께 외국산 철강재의 국산 둔갑 수출을 집중 단속해 165억 원 규모의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아울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원산지 조작 위험이 높은 업체를 특정하고, 통관단계에서의 집중검사를 통해 131억 원 상당의 원산지 세탁 혐의도 추가로 밝혀냈다. 미국 측과의 단속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에서는 CBP 지역총괄국장과의 협력회의를 열고 전략물자 불법수출 및 우회수출 차단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으며, 한·미·일 3국 간 첨단기술 보호를 위한 DTPN 회의에도 참여해 국제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이 같은 대응은 한국 수출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관세청이 강조하는 만큼 미국의 원산지 기준 적용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고, 통관 시 품목분류 오류나 서류 미비 등으로 인한 세금 추징·지연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관세청이 발간한 가이드라인, 품목분류 연계표, FAQ 등은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실무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일부 수출업체들의 우회수출이나 국산 둔갑 시도에 대한 단속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기업 내부 통관 시스템과 원산지 관리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세관의 기준을 사전에 파악하고, 관세청 파견 관세관 등을 통해 1:1 상담을 받는 것도 중요한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자동차·기계·철강 등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 단순히 고율 관세 회피를 위한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으로는 북미 생산기지 확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원산지 규정 대응, 제3국 조달 전략 등 공급망 재편까지 고려한 전략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명구 청장은 “미국의 관세정책 대응은 관세청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라며 “수출 제조업이 통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전 직원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기업들에게도 '준비된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통상 리스크는 이제 외부 변수라기보다 경영환경의 상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공공 정보의 선제적 활용과 내부 시스템의 투명화가 기업 경쟁력 유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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