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예금과 대출 부문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건전성 악화로 대출 영업을 줄인 가운데, 금리 경쟁력마저 약화되면서 핵심 자금원인 예금도 빠르게 이탈 중이다. 수신 감소는 다시 대출 여력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으며,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까지 겹치며 업계는 구조적 침체에 직면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98조39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기 정점에서 예금 유치에 성공했던 저축은행이 현재는 고금리 상품 유지 여력이 줄어들면서 자금 이탈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문제는 예금 감소가 단순한 금리 경쟁력 저하 때문만이 아니라, 저축은행의 영업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연체율이 급등하며, 대출 영업이 크게 위축됐다. 대출이 줄어들자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도 줄어들며, 예금 금리는 자연스레 하락했다. ‘대출 축소 → 금리 경쟁력 약화 → 수신 이탈 → 대출 축소’의 악순환이 고착화된 셈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최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며 수신 회복에 나섰지만, 그 배경은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5월 수신잔액은 소폭 반등했으나 증가액은 1374억원에 그쳤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영업이 막힌 상황에서 상품 금리를 무리하게 올리면 이자 부담만 커진다”며 “만기 도래 예금의 이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전략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적도 근본적인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1분기 저축은행 업계는 4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지만, 이는 영업 성과가 아니라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에 따른 착시 효과에 가깝다. 대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예금 이탈까지 겹치며, 업계는 명백한 수익성 위축에 직면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추가 규제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 저축은행의 대출 공급량을 연초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고 주문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저축은행도 사실상 대출 ‘쿼터’를 배정받은 셈이다. 대출을 줄이면 자금 수요도 줄고, 이는 다시 예금 유치의 유인 자체를 약화시킨다.
일각에선 오는 9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5000만원→1억원)을 계기로 예금 유치 반등이 가능하다는 기대도 있지만, 업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정체된 상황에서 추가 예적금 유치는 어렵다”며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잔액 방어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저축은행의 실질적 반등을 위해서는 ▲부실 PF 정리 ▲건전성 회복 ▲대출 규제 완화 등 세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이 조건들이 갖춰져야 정상적인 대출 영업이 가능해지고, 그래야 비로소 예금 유치의 명분과 유인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신-여신’ 두 축이 동시에 돌아가지 않으면, 저축은행의 위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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