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스의 말대로 102년 뒤에 백조인 루터에 의해 종교개혁이 꽃을 피웠다. 이들의 저항과 함께 에라스무스를 비롯한 인문주의자들과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종교개혁을 폭발적으로 확산시키며 결정적인 도우미 역할을 했다. 기독교 인문주의자들은 교회의 원천을 성경이라고 믿었다. 로마 가톨릭의 교황이나 교회의 『성경』 해석이 아니라 말씀 그 자체로 돌아가길 원했다. 이 중 발군의 학자는 누가 뭐래도 에라스무스였다. 네덜란드의 사생아 출신인 에라스무스는 늘 출생의 비밀이 마음에 걸린 듯 자신의 개혁적 열정이 반가톨릭적 인상을 주지 않도록 조심했다.
하지만 그는 여러 곳을 여행하며 『성경』 필사본들을 수집하여 비교하고 분석한 후 1516년 역사상 최초로 그리스어(헬라어) 『신약성경』을 출판하고 당시 가톨릭에서 382년부터 표준 『성경』으로 사용되어 온 권위를 가진 『불가타 성경』의 오역을 지적했다. 마르틴 루터가 1517년 대학원생들과 세미나를 하기 위해 비텐부르크성 교회 문에 「95개조 논제」를 붙이고 난 후 1519년 로마 가톨릭 신학자 요하네스 에크와 ‘라이프치히 토론’을 벌였다. 그 후 교황청으로부터 파문을 당하면서 자신은 원치 않았지만 종교개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루터파는 1555년 아우구스부르크 화의和議로 종교의 자유를 획득했다. 하지만 이 자유는 영주들에게 국한됐다. 제후가 루터교를 믿으면 그 지역은 모두 루터교가 되고, 제후가 가톨릭을 섬기면 그 신민들은 모두 군말 없이 따라야 했다. 이런 반쪽짜리 종교의 자유로 인해 위그노 전쟁과 30년 전쟁이 발발한다. 위그노 전쟁은 프랑스에 국한됐지만 30년 전쟁은 유럽 대륙 전체를 휩쓸었다. 그리고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서 비로소 서유럽에서 개인이 종교의 자유를 얻는다. 이것은 마르틴 루터가 비텐부르크성 교회 문에 「95개조 논제」를 붙인 날 이후로 130여 년 동안 종교전쟁이 발생하는 등 수많은 투쟁을 거쳐서 얻은 결과였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의 헌신과 비극이 담겨 있다
언러닝
종교개혁이 얼마나 대단한가는 이슬람과 유교 문화권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슬람은 지금도 종교와 권력이 분리되지 않아 이란에서는 히잡 문제로 시위가 발생한다. 한국과 중국은 1910년대까지도 공자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다. 이슬람권에서 정치와 마호메트를 분리하고 조선에서 정치와 공자를 분리하려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가슴과 머릿속에 뿌리내린 심벌을 교체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다. 유길준이 1895년에 쓴 『서유견문』은 외세로부터의 독립, 국민주권, 천부인권 등 서구의 계몽주의 사상을 도입해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는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다.
“사람들의 재주와 능력 정도에 따라, 국민들의 습속과 나라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개화하는 나라, 반쯤 개화한 나라, 아직 개화하지 않은 나라의 세 가지 등급으로 구별할 수 있다.”
그가 보기에 조선은 물론이고 중국조차 개화한 나라가 아니었다. 미국이나 유럽을 경제적, 사회적으로 앞선 나라로 인식하고 우선 그 비결을 알자며 ‘서양 인문서’를 쓴 것이다. 서양을 배우고 모방하는 건 그다음이다. 하지만 구한말 집권층은 서양을 아는 것조차 강하게 거부했다.
창조적 소수자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전망을 갖는 것으로서 ‘창조’라 부르고, 다른 하나는 일종의 ‘언러닝unlearning’으로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의 발전을 가로막는 기존의 지식과 가치관을 버리는 것이다. 격변의 시대를 맞아 향후 중요해지는 것은 후자인 ‘언러닝’이다.
인간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지향해왔다. 경험이 쌓이고 성공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성공방정식’이 형성된다. 처음에는 의식해서 그리 하던 것이 점차 무의식적으로 관습화된다. 이것이 개인 차원에서 사회 차원으로 확산되면 ‘문화’와 ‘풍토’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이 변화하면 과거의 성공방정식이 통용되지 않고 따라서 종래의 성공방정식은 폐기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성공 공식을 버린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며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대전환기2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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