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현요셉 기자] 한때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전 세계적인 퇴출 운동이 벌어졌던 플라스틱 빨대. 해양 생물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미세 플라스틱 문제의 상징이 되면서,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거나 종이 빨대 등 대체품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종이 빨대 역시 완벽한 대안이 아니며, 새로운 환경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플라스틱 빨대가 남긴 상처: 해양 오염과 미세 플라스틱
플라스틱 빨대는 작고 가볍다는 특성 때문에 쓰레기통에서 쉽게 벗어나 강과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매년 수십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소비되며, 이 중 상당수가 해양으로 흘러들어가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켜 왔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빨대는 해양 생물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었다. 코에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의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남았다. 해양 동물들은 빨대를 먹이로 오인하여 섭취하거나 몸에 얽혀 부상을 입거나 질식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더 큰 문제는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지 않고 수백 년 동안 환경에 남아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플라스틱 빨대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해양 생태계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 플라스틱 빨대 규제 확산, 그리고 종이 빨대의 부상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규제가 확산됐다. 유럽연합(EU)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규제령을 통해 플라스틱 빨대 판매를 금지했으며, 미국 뉴욕시 등 여러 도시와 주에서도 요청 시에만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등 규제를 시행했다. 국내에서도 한때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조치가 추진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커피 전문점과 식당에서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의 주된 대안으로 빠르게 보급됐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대나무, 밀짚, 쌀, 사탕수수 등 식물성 소재로 만든 빨대나 스테인리스, 유리, 실리콘 등 다회용 빨대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 종이 빨대, 완벽한 대안인가? 새로운 환경 논쟁 점화
그러나 종이 빨대가 완벽한 친환경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환경 논쟁이 시작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종이 빨대의 생산 과정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물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종이 빨대에 코팅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일부 해외 연구에서는 종이 빨대에 방수 코팅을 위해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PFAS)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다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종이 빨대는 대부분 친환경 수용성 코팅액을 사용해 화학 오염 물질이 없고, 60여 일 안에 생분해된다는 국내 업계의 해명이 있었다.
이처럼 대체 빨대들도 생산 과정이나 폐기 방식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플라스틱 빨대 규제가 환경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제로 웨이스트' 문화 확산과 전반적인 일회용품 사용 감축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플라스틱 빨대 논쟁이 남긴 교훈: '쓰레기 줄이기'가 핵심
플라스틱 빨대를 둘러싼 논쟁은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정 소재의 대체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환경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궁극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 컵이나 다회용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 역시 친환경적인 소재 개발과 함께, 재활용 시스템 개선 및 소비자의 올바른 분리배출을 유도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 논쟁은 일회용품의 편리함 뒤에 숨겨진 환경적 대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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