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임준혁 기자] 국내에서 포워더로 불리는 ‘국제물류주선업’ 업종에 등록된 업체가 우리와 비슷한 산업구조·무역 규모를 가진 일본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538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당국이 29년 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한 이후 자본금 3억원만 있으면 포워딩 업무에 문외한이더라도 누구나 등록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같은 현상을 불러왔고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국제물류주선업 전체의 생산성·국제 경쟁력 하락이란 악순환을 낳았다는 사실이 공개 석상에서 공유됐다.
포워더 업계의 이같은 씁쓸한 자화상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국제물류산업 발전방안 토론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국제물류주선업협회(KIFFA)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맹성규 위원장, 엄태영 국회의원을 비롯해 김병준 국제물류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최윤희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 대한항공, 인천항만공사, 항공우주산학융합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관련 기관 및 국제물류주선업계(포워더) 대표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한준호 의원(국토교통위원 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개회사를 통해 “공급망 위기 사태 발생이 빈번해지는 현 상황에서 수출입 물류의 효율성 제고 및 안정성 강화가 기업경쟁력과 직결되고 있어 수출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물류산업 통합정책기구 설치, 체계적인 국제물류 지원시스템 마련, 국제물류기업 등록·관리 기준 강화 등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제철 KIFFA 회장은 환영사에서 “국제물류산업은 국가의 미래산업으로 포워더가 핵심적인 허리 역할을 해오고 있으나 정작 제도적인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포워더의 법적 지위와 역할을 명확히 하고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체계의 마련 및 중소 포워더의 글로벌 시장진출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보다 큰 관심과 이해를 촉구했다.
맹성규 국토교통위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포워더의 난립과 과당경쟁을 규제할 사후관리 제도의 미비, 종사자 전문성 저하 등과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전문 교육, 국제물류주선업 등록·갱신 업무의 전문 기관 위탁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면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의 첫 발제는 김영주 부산대 무역학부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국제물류산업의 육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국제물류산업은 국가 경제와 기업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신성장 동력으로 성장했다”고 정의했다.
이어 “한국 국제물류산업의 문제점은 물류정책 분산으로 발생한 거버넌스 문제, 낮은 진입장벽에 따른 부작용, 업체 사후관리 미흡과 국제물류기업에 대한 실제적 지원 체제가 부족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는 “정책통합과 조정기능을 갖는 물류청 혹은 대통령실 산하 국제물류발전위원회의 신설을 제안하며 등록 및 사후관리, 국제물류기업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교육 등을 포함하는 ‘국제물류산업의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후관리의 필요성도 강조하면서 “산업 이해도가 높은 전문 기관에 등록 및 갱신 시 제출자료 확인, 재무건전성, 서비스 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해 전문성을 갖춘 담당자가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국제물류산업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한 교수는 국내 국제물류주선업(포워덩)의 문제점을 ▲낮은 시장 진입장벽 ▲영세 소규모 업체의 난립 ▲저운임 과당경쟁의 일상화 ▲낮은 생산성 및 국제 경쟁력 저하를 꼽았다.
한 교수는 “1996년 국제물류주선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이후 포워더 신규 등록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등록제 전환 이듬해인 1997년 736개였던 포워더가 2023년에는 7.3배 늘어난 5382곳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가운데 자본금 5억원 이하의 소규모 포워더가 전체의 90.4%에 이르는 반면 50억원 이상은 2.4%에 불과하다”며 “우리와 유사한 산업구조·무역규모를 가진 일본과 비교해도 10배 이상 많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제물류주선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 조건인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인증도 바닥을 치고 있다는 진단도 내렸다.
한 교수는 “2023년 기준 5382개에 달하는 국내 국제물류주선업 등록업체 중 AEO 인증 업체는 231개로 전체의 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국내 포워더 업계의 현 주소를 꼬집었다.
그는 “국제물류주선업의 선진화와 전문화, 대형화를 위해 국제물류업을 ‘국제물류주선업’과 ‘종합물류주선업’으로 구분해 관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외국인 등록 시 상호주의를 엄격히 적용해야 하며 국제물류정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 실시를 법적으로 체계화·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제에 이어 속개된 종합토론은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장을 좌장으로 원영재 국제물류발전자문위원회 박사, 이언경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물류·해사연구본부장, 박민영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최정민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장, 유혜주 해양수산부 항만물류기획과 서기관 등 정부, 학계, 산업계 전문가가 함께 논의를 이어갔다.
원영재 박사는 국제물류산업의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등록 후 사후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원 박사는 “중국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이 국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며 “위조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수입업체의 명의를 도용한다거나 미국행 한국 경유 화물의 택(tag)갈이 같은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등록 시 철저한 현장점검이나 적법성 여부 확인이 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국제물류주선업 신청 시 전문인력 채용, 시설 기준 등 요건이 엄격하고 인허가 절차가 복잡해 정부에 허가를 신청해도 제때 허가가 나오지 않는 등 사실상 규제가 많기 때문에 상호주의의 엄격한 적용 등 국내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최정민 물류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현재 국제물류주선업으로 등록하기 위한 최소 자본금 기준은 3억원”이라며 “포워더 업계에서 3억원이 너무 낮다고 하지만 다른 업종에서 신규 등록을 위해 요구하는 자본금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진입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은 공감하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이를 수용하는데 너무 인색하다”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포워더 등록 최소 자본금 기준 인상 배경을 집요하게 물어보면 국토부나 해수부, KIFFA에서 보다 강력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정책적 지원의 한계성에 대해 언급했다.
최 과장은 “사업자가 국제물류주선업으로 등록하려면 과거에는 국토교통부를 찾아가야 했다”면서 “하지만 수년 전 국토부에서 등록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관 업무를 지자체에 완전히 이양했다. 정책적 판단 실수인 것을 인정하지만 다시 소관 업무 권한을 지자체로부터 찾아오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해 업계의 등록 기준 및 체질 강화 요구가 정책 당국에 수용되기가 요원함을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한편 KIFFA는 정기적인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국제물류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한 경쟁력 강화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KIFFA는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일원화, 국제물류전문 인력 육성, 국제물류기업 해외 진출 지원방안 마련 등을 계속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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