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전반기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현장 수뇌부를 전면 교체했다. 구단은 14일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키움은 전반기 27승 3무 61패, 승률 0.307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2년 연속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결국 ‘쇄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퓨처스 (2군) 감독이었던 설종진 감독대행이 1군 감독대행으로 선임됐다. 불펜과 타격 코치진의 보직도 일부 교체됐다. 그러나 가장 큰 부담은 처음으로 1군 지휘봉을 잡은 설종진 감독대행에게 돌아갔다.
설종진 감독대행은 17일 우천으로 취소된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선수들보다 제가 더 긴장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홍원기 감독이 떠났고, 팀 성적도 하위권이다 보니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까 우려돼 선수들에게 강하게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일부에겐 날 선 비판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설종진 감독대행은 홍원기 전 감독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17년을 함께한 동료이자 친구였다. 1군과 2군 감독으로서 서로 격려하고 조언을 주고받던 사이였다”고 말했다.
퓨처스 지휘 경험이 긴 설종진 감독대행은 “당장은 1군 선수들 중심으로 후반기를 운영하겠지만, 9월 확장 엔트리에 맞춰 2군 선수 콜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퓨처스 선수들을 무턱대고 기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필요할 경우 점진적으로 변화를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며칠은 긴장감 속에서 잠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설종진 감독대행은 “발표 이후 3일째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있다. 경험 많은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너무 많은 걸 바꾸려 하지 말고 천천히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최원호 해설위원도 감독대행 경험이 있고, 개인적으로 친구라 꼭 조언을 듣고 싶었다. 오늘 경기가 열렸다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을 텐데, 비로 인해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우천으로 데뷔전이 미뤄진 데 대해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도 있듯이, 솔직히 빨리 경기를 치르고 싶었다. TV로 보던 것과는 다르게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오늘은 취소됐지만 남은 시간 동안 고참 선수들과 면담하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방안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설종진 감독대행은 끝으로 “홍원기 전 감독은 지난 4년 반 동안 팀을 위해 헌신했다. 그와 함께하며 많은 걸 배웠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치 못하게 지휘봉을 넘겨받았지만, 그간 추구해 온 방향과 운영 기조는 최대한 유지하겠다”며 “선수들에게도 ‘홍원기 감독이 원했던 것처럼 끝까지 시즌을 마무리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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