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동쪽에 위치한 사우스햄튼의 '메도우 레인(Meadow Lane)' 주변은 미디어 권력의 산실로 평가받는 곳이다. 백악관, 의회, 대법원 등과 더불어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미국의 유력 언론 매체를 지배하는 미디어 재벌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미디어 재벌들은 한 동네에 거주하면서 미국 사회의 주요 의제에 대해 소통하고 여론 형성의 전략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에선 '메도우 레인'을 일컬어 '미국을 움직이는 숨은 권력의 산실'이라 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제 전문지부터 스포츠 미디어 재벌까지…미국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산실
'메도우 레인'은 뉴욕 사우스햄튼 남쪽 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약 5.5km 길이의 해안도로다. 길게 뻗은 도로와 해안가 사이에는 화려한 외관의 주택들이 즐비하다. 미국 부동산 플랫폼에 따르면 '메도우 레인' 주변 평균 주택 시세는 4500만달러(약 610억원) 가량이다. 미국 내에서도 상위 1% 수준의 금액이다. 지역 전체 평균 시세가 이 정도인 규모는 미국 전체를 찾아봐도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 현지에선 '메도우 레인' 주변을 일컬어 '억만장자들의 해안가'로 부르고 있다.
'메도우 레인'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가장 유명한 인물은 미국 미디어 산업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다. 그는 호주 지역의 작은 신문사로 시작해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리얼터(부동산 플랫폼), 마켓워치, 폭스뉴스 등 미국 여론을 주도하는 유력 매체를 다수 보유한 뉴스코프그룹을 일군 장본인이다. 현재는 아들인 라틀란 머독(Lachlan Murdoch)에 기업을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그의 자산 규모는 204억달러(약 28조원)으로 알려졌다.
루퍼트 머독 소유 주택은 '메도우 레인' 내에서 가장 입지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해당 주택을 2023년에 약 6200만달러(약 855억원)를 주고 매입했다. 대지면적 6070㎡(약 1830평), 연면적 1400m²(약 420평) 등의 규모를 자랑하는 3층 저택 내부에는 스피닝룸, 와인셀러, 영화관, 당구장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야외에는 수영장, 산책로 등이 마련돼 있다. 건물 내부는 침실 10개, 욕실 11개로 구성돼 있다. 루퍼트 머독은 해당 주택에서 매년 여름 미국 미디어산업의 핵심 인사들을 초청해 비공식 오찬 행사를 열고 있다. 오찬 행사에서는 미국 사회의 주요 의제에 대해 소통하고 여론 형성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퍼트 머독 주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CBS(Columbia Broadcasting System)의 전 CEO인 레스리 문브스(Leslie Moonves)와 미국 유명 앵커 줄리 첸 문부스(Julie Chen Moonves) 부부 소유 주택이 위치해 있다. CBS는 미국의 유력 방송사 중 한 곳이다. 레슬리 문브스는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6년 동안 CBS CEO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임기 막바지 성폭력 의혹에 휩싸여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언론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다. 그의 아내인 줄리 첸 무브스는 남편이 떠난 뒤에도 CBS에 남아 아나운서 경력을 이어오며 현재는 CBS 최장수 앵커 타이틀까지 거머쥔 상태다. 포브스가 추정한 이들 부부의 합동 자산 규모는 약 6억달러(약 8200억원)에 달한다.
문브스 부부는 메디나 레인 주택을 2008년 약 2800만달러(약 380억원)에 매입했다. 카운티(Suffolk County)에서 추정한 지난해 기준 주택 가치는 3500만달러(약 480억원)다. 주택은 대지면적 4856㎡, 연면적 650㎡(약 200평) 등의 규모로 단층 구조로 지어졌다. 내부는 침실 7개 욕실 9개로 이뤄져 있으며 대형 미디어룸과 영화관 등의 시설도 갖춰져 있다. 외부 시설로는 테니스장, 수영장 등이 있다. 이들 부부 역시 매년 해당 저택에서 미국 방송계 핵심 인사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광고·미디어 투자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마르시아 리클리스(Marcia Riklis) 또한 메도우 레인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계 투자 거물 메슐람 리클리스(Meshulam Riklis)의 유일한 상속자다. 마르시아가 소유한 주택은 대지면적 3만2375㎡(약 9800평), 연면적 1395㎡(약 422평) 등의 규모다. 주택 내부는 침실 11개, 욕실 16개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확한 매입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저택에는 미국 미디어 산업의 핵심 인사들 뿐 아니라 미디어 관련 펀드 운용자 및 공익재단 관계자 등이 정기적으로 출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 산업과 미디어 산업의 경계를 허문 것으로 유명한 로버트 크래프트(Robert Craft)도 '메도우 레인'에 본인 명의의 주택을 소유 중이다. 현재 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구단주를 역임하고 있는 그는 CBS, ESPN 등과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사업가로도 익히 유명하다. 그는 2021년 4300만달러(약 593억원)를 들여 '메도우 레인' 지역 내 2만8300㎡(약 85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650㎡(약 200평) 규모의 주택을 지었다. 지난해 카운티에서 추정한 해당 주택의 가치는 약 5000만달러(약 680억원)다. 로버트 크래프트 소유 주택은 화려한 부대시설로 더욱 유명하다. 헬리콥터 착륙장을 비롯해 실내 체육관, 대형 와인창고 등이 갖춰져 있다.
외부인 출입 극도로 제한된 '메도우레인' 주변…헬기로 출·퇴근 일상인 부자들의 요새
메도우 레인 주변으로 다수의 미디어 재벌들이 몰리게 된 이유는 뉴욕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사생활 보호가 용이한 지정학적 조건 때문이다. '메도우 레인' 시네콕만과 대서양 사이에 위치한 길게 뻗은 육지를 관통하는 유일한 도로다. '메도우 레인' 주변으로 난 주택에 접근하기 위한 도로가 한 개 밖에 없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폐쇄적인 지정학적 특성 덕분에 한 번 자리를 잡은 이들의 이탈이나 외부 인원의 유입 사례가 현저히 적은 편이다.
'메도우 레인'을 품은 사우스햄튼의 경우 백인 비율이 95%에 육박할 정도로 인종 불균형이 심각한 지역인데 그 중에서도 메도우 레인 주변 지역은 백인 편중 현상이 유독 심하다. 메도우 레인 주변에는 총 96채의 주택이 있는데 사실상 전부 백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역 주민 대부분이 헬기로 이동하고 있어 도로 자체도 상당히 한적한 편이다. 사우스햄튼 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메도우 레인 인근은 육지와 연결돼 있긴 하지만 도로가 하나 뿐이고 해안가는 전부 사유지라 일반인이 그곳에 갈 이유 자체가 없다"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자들만의 요새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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