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우승한 한국 여자축구, 원동력은 신구조화 속 빛난 베테랑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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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우승한 한국 여자축구, 원동력은 신구조화 속 빛난 베테랑 헌신

한스경제 2025-07-17 16:11: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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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동아시안컵 우승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동아시안컵 우승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한스경제 신희재 기자]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안방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신상우(49)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중국(2-2), 일본(1-1)과 비긴 뒤 대만을 2-0으로 제압해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2차전까지 4개 팀 중 3위였으나 중국, 일본과 승점 5로 같아진 후 승자승에서 다득점 우위(한국 3골·중국 2골·일본 1골)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는 세대교체에 힘을 실은 상황에서 과정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동아시안컵 25명 명단에서 지소연(34·시애틀레인), 김혜리(35·우한징다), 장슬기(31·경주한수원), 이금민(31·버밍엄시티)을 제외하면 전원 20대이거나 새 얼굴을 발탁했다. 2000년대생 선수가 무려 14명이나 될 만큼 연령대가 낮았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베테랑들은 중요한 순간 중심을 잡으며 대표팀의 신구조화를 완성했다.

신상우 감독. /KFA 제공
신상우 감독. /KFA 제공

16일 대만과 최종전이 대표적이다. 자력 우승이 불가능했던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오후 4시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나면서 역전 우승 기회를 잡았다. 이를 라커룸에서 지켜본 한국 선수들은 부푼 기대감을 안고 오후 7시 30분 대만전에 임했다. 그러나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상대 골키퍼의 선방이 더해져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났다. 점유율(%) 80-20, 슈팅 수 9-0, 유효슈팅 수 5-0의 리드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건 베테랑들이었다. 한국은 후반 25분 지소연의 페널티킥 선제골, 후반 40분 김혜리의 패스를 받은 장슬기의 쐐기골로 승기를 잡았다.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신상우 감독은 "소집 첫날부터 선수들의 눈빛이 달랐다. 고참들은 간절함이 느껴졌고, 어린 선수들은 훈련할 때 고참들을 잘 따라줬다"며 베테랑들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지소연(가운데)이 대만전 굵은 빗줄기 속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KFA 제공
지소연(가운데)이 대만전 굵은 빗줄기 속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KFA 제공

특히 지소연의 활약이 대단했다. 그는 중국전 후반 추가시간 중거리 슈팅으로 2-2 무승부를 이끌었고, 대만전도 부담스러운 페널티킥 키커를 자처해 해결사 역할을 잘 수행했다. 3경기에서 2골을 넣은 지소연은 A매치 통산 기록을 169경기 74골로 늘렸다.

경기 외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소연은 대만전 하프타임 후배들에게 '이대로면 우승하지 못 한다. 정신 차려라'고 일갈하며 각성을 유도했다. 그는 "전반전에 너무 답답해서 그대로 비기는 줄 알았다. 골을 넣어야 우승하는 상황이 처음이라 급했던 것 같다"며 "중국과 일본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고 들뜬 분위기가 전반까지 이어져 화를 많이 냈다. 그래도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나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장슬기는 "어린 선수들은 잘 뛰고, 고강도 액션이 좋다. 베테랑들은 경기 운영이나 리딩에 장점이 있다"며 "그래서 베테랑과 신구조화가 필요한 것 같다.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 모두 잘한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이영주(33·레반테)의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처음 주장 완장을 찬 이금민은 "최고참인 김혜리, 지소연 언니가 어린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 어린 선수들과 대화하는 게 쉽지 않은데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존경한다"며 "어린 친구들도 언니들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서로 융화해서 잘 지내는 게 운동장에서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금민이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메달을 들어보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희재 기자
이금민이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메달을 들어보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희재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인 한국은 그동안 일본(7위), 북한(9위), 중국(17위)의 벽에 막혀 오랜 기간 우승과 연이 없었다. 20년 차 베테랑 지소연조차 이번이 A대표팀에선 첫 우승이었다. 장슬기는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마음이 아프면서도 앞으로 이걸 경험 삼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소연 또한 "나는 이 순간을 20년 동안 기다렸다. 소속팀에선 우승을 많이 했는데, 대표팀에선 한 번도 못 해서 정말 감격스러웠다"며 "선수들이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서 자주 우승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대표팀 일정을 마친 선수들은 11월 A매치 전까지 WK리그 등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지소연은 "대표팀이 강해지려면 결국 개개인이 강해져야 한다"며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11월엔 좀 더 성숙하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상우 감독 또한 "오늘 하루는 우승을 즐기고, 11월 A매치 전까지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선수들을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도 이번 우승을 통해 나타난 여자축구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WK리그와 국내 대회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하고자 한다. 연맹은 지난 2월 양명석(57) 제9대 회장 부임 이후 유소녀부터 WK리그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시스템을 정비하고, 팬과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리그 운영 전반에 걸친 개선과 함께 저변 확대, 선수 환경 개선 등 기반 강화 작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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