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내 교권 침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교권 보호를 위한 ‘교권 보호 5법’ 제정의 계기가 됐던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가 다가왔지만 여전히 교사 2명 중 1명은 교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은 17일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를 맞아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 전문직 4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 실태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현장 교원 10명 중 8명(79.3%)은 교권 보호 5법 개정 이후에도 교육활동 보호에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5월 스승의날 기념 교원 인식조사(동일 문항)보다 5.9%p 악화된 수치다.
교권 보호 5법이란 2023년 7월 서울 서초구 소재 서이초에서 20대 초등학교 교사가 교권 침해를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논란이 되면서 교권 강화를 위해 개정된 법령이다. 교권5법에는 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포함돼 있으며 교사들은 이에 따라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할 권리 등을 갖게 됐다.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교원들은 아동복지법·교원지위법·학교안전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미흡(61.7%)’을 꼽았다. 뒤이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고소에 대한 불안감 여전(45.1%)’, ‘학생·학부모의 인식과 실천의 변화 부족(41.4)’, ‘여전한 민원 발생과 민원 처리의 어려움(40.5%)’ 역시 언급됐다.
특히 올해 상반기(지난 3월~7월 10일) 기준으로 응답자 중 48.3%가 교권 침해를 경험했지만 실제 신고로 이어진 경우는 4.3%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서는 ‘신고를 할 경우 아동학대 신고나 민원이 발생할 것이 우려돼서(70%)’가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그다음으로는 ‘신고해도 지역교권보호위 처분 효과가 기대되지 않아서(51.4%)’, ‘하루에도 몇 번씩 신고 사안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신고할 수 없어서(50.2%)’ 등이 꼽혔다.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현장에서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2023년 9월부터 시행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에 대해 77.6%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한 학부모에 대한 현실적 처벌이 어렵고 수사만으로도 교사는 수개월 이상 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할 법적 근거가 생겼지만 이를 실제로 활용한 교사는 24.4%에 불과했다. 42.6%는 ‘분리를 원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는 ‘학생·학부모의 반발과 민원 우려(67.7%)’, ‘공간·인력·프로그램의 부재(32.7%)’ 등이 거론됐다.
이에 교총은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학생 및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안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며 “교권 보호 5법의 효과성이 부족하고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총이 지난 5월 스승의날을 맞아 전국 교원 82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사의 절반 이상(58%)이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했으며 교직 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32.7%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이유로는 ‘교권 침해 및 과도한 민원’이 77.5%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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