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현재 개발이 한창인 국산 항공유도무기가 향후 국산 전투기 수출 판도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산 전투기와 항공유도무기로 구성된 패키지 판매로 수출 시 국산 전투기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17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국산 항공유도무기는 원거리에 있는 지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공대지유도탄을 비롯해 근거리에 있는 적기를 공격하는 단거리공대공유도탄, 그리고 해상에 있는 함정을 공격하는 공대함유도탄이 개발 중이다.
이들 가운데 현재 가장 주목받는 것을 꼽는다면 ‘천룡’으로 불리는 장거리공대지유도탄이다. 방위사업청이 ‘장거리공대지유도탄 2차 사업’을 통해 개발 중인 천룡은 KF-21에 탑재해 적 후방의 핵심표적을 먼 거리에서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 공군은 앞서 1차 사업을 통해 F-15K 전투기용으로 사거리 500km 이상급인 ‘KEPD 350 타우러스’ 미사일을 독일로부터 도입해 북한의 지하시설이나 미사일 기지, 지휘부 등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데 운용 중이다.
성능도 주목할 만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타우러스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LIG넥스원에 따르면 특히 천룡에는 지하벙커를 타격할 수 있는 침투탄두가 적용되고, 은밀한 침투를 위해 레이더반사면적(RCS)을 최소화하는 스텔스 형상으로 설계된다. 이와 함께 타격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다중센서도 적용된다.
사거리는 타우러스와 유사할 전망이다. 현재 타우러스의 사거리가 500km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 상공에서 미사일을 발사해도 북한 전역에 있는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이는 곧 전투기의 생존성을 크게 높이는 요소다.
현재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 중인 가운데 지난달 23일 시험용 항공기인 FA-50 시제기를 이용해 안전분리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방사청은 내년부터 KF-21 시제기에 탑재해 후속 개발시험과 운용시험평가를 진행해 작전운용성능을 최종 검증한 뒤 2028년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가까운 거리의 적기를 공격하고, 아군 전투기의 생존성을 보장할 단거리공대공유도탄도 개발된다. 현재 KF-21에 장착할 단거리공대공유도탄은 사거리가 약 25km인 IRIS-T(AIM-2000) 미사일을 독일로부터 도입할 가운데 방사청은 ‘단거리공대공유도탄-II 사업’을 통해 올해부터 총사업비 약 6615억원을 들여 오는 2035년까지 국산 단거리공대공유도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공대함유도탄도 주목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대함유도탄-Ⅱ 사업’을 통해 내년부터 2035년까지 총사업비 약 5641억원을 들여 개발하는 국산 공대함유도탄은 사거리 300km, 속도는 마하 2.5, 즉 음속의 2.5배인 시속 약 3060km에 달한다. 또한 레이더반사면적을 줄이기 위한 형상설계와 마하 2 이상의 속도에서 적합한 램제트 추진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만약 이들 국산 항공유도무기가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향후 국산 전투기 수출 방식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항공기만 판매하는 방식에서 국산 무기를 패키지화해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들은 전투기와 함께 자사가 개발한 무기를 통합 개념으로 판매하며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예컨대 F-35, F-16 전투기를 판매하고 있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은 전투기와 함께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과 AGM-158 합동 공대지 스탠드오프 미사일(JASSM), 그리고 합동직격탄(JDAM) 등 다양한 첨단 유도미사일과 폭탄을 패키지화해 판매하고 있다.
F-15EX, F/A-18E/F 전투기를 판매 중인 보잉도 고성능 전투기와 함께 사거리가 약 270km인 AGM-84H/K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SLAM-ER)과 하푼 장거리 공대함 미사일 등 자사가 개발한 항공유도무기를 통합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F-15EX는 실전 배치 중인 전투기 중 무장 적재량이 가장 많아 다양한 무장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전투기 자체 수익에 머물던 과거와 달리, 현대 무기시장은 ‘플랫폼-무기 결합’ 생태계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면서 “앞으로는 국산 전투기를 원하는 국가에 국산 항공무기와 훈련·정비 설루션까지 포함한 패키지 수출이 국산 군용기 수출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현재 국산 전투기 KF-21과 FA-50에 적용되는 무장은 한국형 GPS 유도폭탄(KGGB) 한 종류로 매우 제한적이고, 공대공 무장과 공대지 무장은 주로 미국에 의존해 수출할 때마다 수출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그는 “현재 개발 중인 초음속 대함미사일 등이 FA-50과 KF-21에 장착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면서 “미국 유럽 등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이 같은 항공유도무기를 국산 전투기와 패키지로 수출하면 수출 경쟁력이 크게 확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국산 항공유도무기가 K방산의 핵심무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모듈화, 지능화, 네트워크화가 필요하다”면서 “이는 국내 사정상 다양한 미사일을 한 번에 개발하기 어려워 한 가지 미사일이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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