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정권 교체 이후 여당 우위의 정치 지형 속에서 신정부가 친노동 중심의 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산업계에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서울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노동정책 변화에 따른 산업계 대응 방안' 포럼에서 "신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노동정책들은 산업계 전반에 제도적 전환을 요구하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은 분야별로 전략적 대응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산업연합포럼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공동 주최했다.
권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신정부의 핵심 노동 정책 과제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주 52시간제 정착 및 주 4.5일제 도입 △포괄임금제 규제 강화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보호 △업종별 직무급제 도입 및 원·하청 간 이익 공유 △산업안전보건 체계 강화 △정년 연장 및 계속 고용 제도 도입 등을 꼽았다,
이와 같은 정책들은 기존 기업 인사·노무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할 정도의 변화이며, 이에 따른 산업계의 준비와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정부 정책에 대해 단일한 태도로 대응하기보다는 사안별로 수용 여부를 구분하는 '3단계 전략'으로 △적극 수용 대상: 고용 연장, 근로시간 유연화 등 △제한적 수용 필요: 임금분포제, 포괄임금제 금지 등 현실 적용에 난점이 큰 정책 △적극 반대 대상: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 확대, 일명 '노란봉투법' 등 산업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제도 등을 제시했다.
그는 "고용 연장이나 근로시간 유연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므로 적극 수용하되, 사용자 범위 확대 등 노조법 개정과 같이 법적 불확실성이 높은 정책은 업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사전에 준비해야 할 과제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권 교수는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정년 폐지 등 여러 고용 형태를 검토하고 이에 맞춰 조직 구조 및 인사제도 전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시니어 근로자를 위한 직무 개발, 임금체계 개편, 유연 근로시간제 도입 등도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근로시간의 단축 여부보다는 근무 형태와 방식 전반을 혁신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같은 포럼에서 최근 노동 판결 및 입법 동향을 분석하며 "사용자 개념 확대는 하청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원청 사업장에 영향을 미치는 등 기업의 법적 책임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대한 면책 논란이 있으며, 전반적인 노동법 환경 변화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노사관계 전략의 재정비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산업계 주요 관계자들도 신정부 노동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승길 미래노동개혁포럼 대표,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노현승 자동차산업협동조합 기획조사실장 등은 △노조법 개정 △주 4.5일제 도입 △정년 연장 등의 정책이 "현장 적용이 어려운 급진적 변화"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산업계가 복합적인 구조적 도전 속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노사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들이 급속히 논의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만기 산업연합포럼 회장은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노사 간 협력이 필수"라며 "이해관계를 앞세운 집단 이기주의를 버리고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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