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이 본격화됐다. 16일 진행된 정청래·박찬대 후보 간 첫 TV토론은 단순한 명심 경쟁을 넘어,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개혁을 실행하고 정당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 전략의 분기점을 보여줬다. ‘개혁’과 ‘원팀’을 공통 기조로 내세운 두 후보는 정치 철학과 실행 방식에서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리더십 철학, 전투형 돌파 vs 조율형 설계
정청래 후보는 “지금은 평시가 아닌 전쟁의 시간”이라며 위기 돌파형 리더십을 강조했다. 법사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말한 그는, 당청 간 신뢰를 전제로 당이 노선을 선도하는 강공형 리더십을 예고했다.
박찬대 후보도 같은 표현을 인용했지만 해석은 달랐다. “눈빛만으로 통한다는 건 조율 체계가 있다는 뜻”이라며, 전략적 소통과 내적 조율이 가능한 ‘시스템형 리더십’을 강조했다. 당이 중심이 되어 정무적 조율과 제도화를 통해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자가 속도와 상징을 앞세운 전투형 개혁 모델이라면, 후자는 일관성과 구조 설계를 중시하는 설계형 개혁 모델이다.
◇협치 전략, 적대 설정 vs 교차 설계
정 후보는 “협치는 합리적 상대와만 가능하다”며 국민의힘을 “내란세력의 잔재”로 규정했다. 이는 확고한 적대 구도를 통해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전략으로, 핵심 지지층 결속에는 유리하지만 중도 확장성에는 부담이 따른다.
반면 박 후보는 “사과와 반성이 없는 협치는 없다”면서도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거래는 배제하되, 정책 교섭과 제도 설계는 열어두는 유연한 태도다. 협치를 ‘포기하지 않는 과정’으로 정의하며, 강성과 중도의 교차점을 탐색하는 노선이다.
정 후보가 빠른 성과를 추구하는 강경 전략이라면, 박 후보는 복원력 있는 정치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인재 전략, 전사형 충원 vs 중도연합 확장
두 후보는 검찰개혁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제시했지만, 인재 전략과 실행 방식에서는 확연히 갈린다.
정 후보는 “전광석화처럼 처리해야 한다”며 속도전과 집중전을 예고했다. 전략공천 강화와 입법 전사 중심의 영입 구상을 밝힌 그는 강한 당원 결속과 개혁 상징에 집중하지만, 전문성과 외연 확장에는 취약할 수 있다.
박 후보는 “TF를 따로 꾸릴 필요도 없다”고 밝히며, 당론을 중심으로 체계적 추진을 강조했다. 중도 연합형 인재와 정책 전문성 강화, 당청 간 소통 체계 구축에 방점을 찍은 그는 조직의 내구성과 정책 생산력을 우선한다. 다만 강한 상징성을 중시하는 일부 지지층에겐 밋밋하게 비칠 수 있다.
◇외교 인식, 정치 메시지 vs 경제 실용주의
외교 노선에서도 공통된 키워드는 ‘국익 실용주의’였지만, 접근 방식은 전혀 달랐다.
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악마와도 손잡아야 한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외교를 정치적 결단의 영역으로 해석했다. 메시지 중심의 정치외교형 리더십으로, 상징성과 대중 인식 효과를 중시한다.
박 후보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현실론을 바탕으로, 공급망 안정과 경제안보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외교를 제도화된 전략으로 설계하는 실용주의 노선이다.
정 후보가 국제정치적 존재감을 강조한다면, 박 후보는 실물경제 중심의 안정적 외교 구조를 추구한다.
◇민주당, 어떤 방식의 리더십을 선택할 것인가
이번 당대표 경선은 단순한 ‘친명 경쟁’이 아니다. 민주당이 어떤 방식의 개혁을 추구할 것인지, 어떤 리더십과 운영 철학을 정당 시스템에 심을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 선택의 순간이다.
정청래 후보는 강한 추진력과 전투형 리더십을 통해 개혁의 속도와 상징을 확보하려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당청 마찰과 강성 이미지 고착이라는 위험을 내포한다.
반면 박찬대 후보는 전략 설계자형 리더십을 통해 제도화된 개혁과 갈등 조율을 지향한다. 안정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으나, 당장의 개혁 상징이 약하게 비칠 수 있다.
민주당이 선택할 리더는 단지 개인이 아니다. 그 선택은 정당의 전략, 정책 설계, 공천 구조, 리더십 운영 방식 전반을 결정짓는 이정표다. 결국 리더십은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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