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집중을 위해 LNG 관련 자산을 대거 유동화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보령LNG터미널을 포함한 발전소·도시가스 자산 등을 정리, 총 5조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단기 유동성 확보 효과 기대와 더불어 그룹 핵심 인프라 상실이란 구조적 위험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충남 보령 LNG터미널 지분 50%를 유동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SK E&S가 보유한 지분이며 예상 매각 규모는 5000억~6000억 원 수준이다. 이를 위해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이 주관사로 나섰고 투자설명서(IM)도 이미 배포됐다. 연내 거래 마무리를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보령LNG터미널은 지난 2017년 상업 가동을 시작, 총 20만㎘급 저장탱크 7기, LPG 저장탱크 1기 등을 보유한 국내 대표 민자 터미널이다. 현재 SK E&S와 GS에너지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양사는 장기사용권 계약을 통해 연간 수천억원 규모 고정 수익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이번 유동화 작업은 단순한 자산 정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은 보령 외에도 광양·하남·여주·위례 등 전국 주요 LNG 발전소 및 도시가스 자산을 통합 정리, 총 5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대한 재무 지원, 투자여력 확보, 부채비율 개선 등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SK온은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200%에 육박, 글로벌 경쟁사 대비 열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울러 최근까지도 미국·유럽 현지 배터리 공장 증설은 지속하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으며 그룹 내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부터 재무구조 개선과 배터리 사업 중심 체질 전환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LNG 자산 유동화 실효성과 장기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보령터미널은 SK E&S 핵심 인프라이자 SK그룹 내 도시가스 및 전력 사업 중추 역할을 해왔다. 일단 유동화 이후에도 사용권 계약을 통해 운영은 유지되겠지만 사실상 실소유권을 이전하는 셈이라 향후 투자나 운영 의사결정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단 지적이다.
회계처리 측면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유동화 구조는 RCPS(상환전환우선주), CPS(전환우선주) 등을 통한 비현금성 자산처리 방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업계에선 이를 ‘사실상 매각과 다름없는 구조’라고 분석하며 향후 회계감사 과정에서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LNG 자산 유동화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배터리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이자 에너지·배터리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정비 차원의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기적 관점에서 핵심 인프라 자산을 줄이는 선택은 공급망 안정성과 수익구조 면에서 손실이 크며, 단기 자금 확보를 위한 일회성 유동화에 그쳐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편 이번 유동화 작업에 대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 브룩필드, UBS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완료되면 SK이노베이션은 연내 2조~3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과감한 ‘탈LNG-배터리 올인’ 전략은 SK온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단기 미봉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핵심 인프라를 내주는 결단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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