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효섭에게 아쉬운 것과 아쉽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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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효섭에게 아쉬운 것과 아쉽지 않은 것

모두서치 2025-07-17 06:06: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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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요."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7월23일 공개)은 제작 단계부터 말이 많았다. 출연진이 공개되고 원작과 일부 달라진 설정이 알려질 때마다 원작 팬의 거친 공격에 시달렸다. 올해 초 첫 번째 예고편이 공개된 뒤엔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가 "원작 작가님이 다 이해해준 부분"이라며 직접 해명을 하기도 했다.

논란 중엔 주인공 '김독자' 역을 맡은 배우 안효섭 캐스팅에 관한 얘기도 있었다. 앳된 얼굴의 성인 남성이라는 설정엔 부합하지만 그가 김독자를 연기하기엔 키가 너무 크고 몸도 좋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작 속 김독자는 또 다른 주인공 유중혁(이민호)과 키 차이가 꽤나 많이 나고 왜소하다. 그런데 영화에선 오히려 김독자가 유중혁보다 커 이 작품의 중요 설정이 붕괴됐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16일 만난 안효섭(30)은 이미 이런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김독자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무리에 섞여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요. 그런데 제가 키가 큰데다가 배우로 일하는 10년 간 주목 받아야 하는 직업을 갖다 보니까 김독자가 되는 게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원작과 어긋나는 느낌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게 오하려 선입견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안효섭은 김병우 감독을 만나 자신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물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김 감독은 안효섭에게 "네가 지극히 평범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이 제 관점을 바꿔놨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죠. 그게 되니까 이제 원작 속 인물에 내가 얼마나 부합하느냐는 신경이 안 쓰이고 집중적으로 캐릭터를 연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요.(웃음)"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멸살법')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어느 날 소설 속 설정과 똑같이 세계가 멸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소설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김독자는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과 힘을 합치게 된다. 이 작품은 작가 싱숑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재한 웹소설이 원작. 이 소설은 슬리피-C·UMI 작가가 2020년부터 웹툰으로 연재하기도 했다.

 

 


액션판타지물이자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그리고 이(異)세계물이다. MMORPG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기도 하다. 몬스터가 출연하고 초인적 신체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한다. 당연하게도 영화 거의 모든 장면에 대규모 컴퓨터그래픽이 쓰였다. 안효섭은 물론이고 모든 배우가 연기 대부분을 블루스크린 앞에서 해야 했다.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상상하며 연기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안효섭은 "촬영 초반부엔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제가 바보 같더라고요. 연기를 하고 있는 제가 그 상상을 믿지 않으면 보는 사람은 아무도 안 믿을 거예요. 감사하게도 촬영을 영화 순서와 거의 똑같이 할 수 있었고, 지하철이 뒤집혀 있는 세트에서부터는 몰입을 할 수 있었어요. 그 몰입을 한 번 경험하니까 자연스럽게 세계관에 스며들게 됐고요."

이 이야기의 얼개는 결국 김독자가 동료들과 힘을 합쳐 몬스터를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액션 장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지적 독자 시점'엔 각자 캐릭터에 맞는 무기가 나온다. 각종 칼·총·부터 방패·실·마법 등 게임에서 볼 법한 아이템이 있고 그걸 능수능란하게 쓰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안효섭은 멋지지 않은 액션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감독이 컷을 외치면 다가가서 "너무 멋있지 않았나요"라고 체크했다고 했다.

"당연히 저도 멋있게 액션하고 싶죠. 만약에 후속작 만들어지면 멋있는 액션 하고 싶어요.(웃음)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아니었어요. 독자는 싸움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는 히어로가 아닙니다. 보는 이들이 나도 저 정도 할 수 있어라는 수준에서 연기해야 했어요. 물론 독자는 조금씩 성장합니다. 하지만 멋있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김독자를 얼마나 평범한 인물로 그리는가는 안효섭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기도 했다. "독자는 무(無) 맛이어야 했죠. 그 대목에서 감독님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어요. 독자의 성장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담아내려고 했죠. 독자의 세세한 감정에 대해 토론하고 톤을 정리해가는 시간이 정말 많았어요."

 

 

 


원작 소설 분량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원작에 있던 김독자 관련 설정은 각색 과정에서 일부 삭제된 게 있다. 가령 원작에선 김독자의 삶을 훨씬 더 불행하게 다루고 있고, 그가 '멸살법'에 왜 그렇게 과몰입하게 됐는지가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에선 김독자가 왕따를 당했고 항상 약자였다는 설정 정도만 볼 수 있다. 또 원작은 김독자와 유중혁 관계가 BL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실제로 일부 원작 팬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에선 이 요소가 완전히 제거돼 있다.

안효섭은 김독자 캐릭터가 더 구체적으로 보여지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고 하면서도 BL에 대해서는 이 작품과 무관한 이야기라고 봤다고 했다. "김독자라는 캐릭터를 정말 사랑했고 제 모든 걸 쏟아냈어요. 그런 면에서 관객이 김독자를 더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요소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다만 그건 선택의 문제였다고 봐요. 전 지금 영화에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BL은 원작 팬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 또 다른 재미 포인트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작품과는 무관하다도 봤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생각도 특별히 해보지 않았고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안효섭의 영화 데뷔작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제작비 300억원을 쏟아부은 대작이다. 손익분기점이 600만명인 올해 하반기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이다. 안효섭은 "부담을 느낀다면 느끼는 것이겠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이라고 했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열심히 김독자를 사랑했고 정말 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뜻깊은 작품입니다. 많은 걸 얻었어요. 흥행도 작게나마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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