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생명이 넘치는 계절이다.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꽃은 피고, 풀은 자란다. 햇살이 작열하는 한낮에도, 땅 위 생명은 쉬지 않고 맥박친다. 눈에 띄지 않는 산비탈 풀잎부터 거리의 작은 화단까지, 여름은 그 자체로 거대한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서도 단 한 송이, 특별한 존재가 있다. 꽃잎에 손때 하나 묻지 않은 듯 완전한 순백. 곡선마저 유려한 그 모습은 햇빛이 아닌 달빛 아래 더욱 또렷해진다. 그 이름은 월하미인, 말 그대로 '달밤의 미인'이다.
하지만 이 꽃은 아무 때나 볼 수 없다. 일 년에 단 하루, 단 한밤 사이에만 핀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조용히 피었다가 새벽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마치 꿈처럼 피고, 새벽안개처럼 사라진다.
짧은 순간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기다림도 깊고 설렘도 크다. 한 번 피는 데 걸리는 시간이 몇 분, 피는 시간은 몇 시간. 우연히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신비롭고,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단 하룻밤을 위해서 피어나는 꽃. 월하미인에 대해 알아본다.
1년에 단 하룻밤만 피었다 지는 '월하미인'
월하미인은 공작선인장을 개량된 품종이다.
공작선인장은 멕시코에서 브라질에 이르는 중앙아메리카 일대에 자생하는 선인장류로, 덩굴처럼 자라며 ‘잎선인장’ 또는 ‘덩굴선인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줄기는 납작하고 넓으며 가장자리가 갈라져 있다. 너비는 1~5cm, 두께는 3~5mm에 이르고,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착생성이다.
공작선인장의 꽃은 지름이 8~16cm로 크고, 흰색 또는 붉은색이다. 열매는 태랑각속 식물인 피타야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3~4cm 크기로 작다.
월하미인은 이 공작선인장에서 개량돼 크기와 향이 훨씬 뛰어난 꽃을 피운다. 줄기는 연한 녹색으로 납작하고, 너비는 10cm가 넘는다. 전체 높이는 1~3m까지 자란다.
꽃은 6월부터 9월 사이에 핀다. 저녁 8시경 피기 시작해 밤사이 활짝 피었다가 해가 뜨기 전 시들어버린다. 개화 시간은 짧지만, 향은 진하고 깊다.
꽃의 크기는 길이 25cm, 지름 12cm에 이른다. 색은 순백에 가까우나 꽃잎 겉면에는 옅은 붉은빛이 감돈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붉은색을 띠고, 길이는 약 15cm다.
월하미인은 여름철엔 통풍이 잘 되는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겨울엔 5도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한국에서는 주로 실내나 온실에서 재배한다. 번식은 줄기를 잘라 흙에 심는 절지 방식으로 한다.
꽃이 피는 시간이 워낙 짧기 때문에, 월하미인에는 ‘덧없는 아름다움’, ‘덧없는 사랑’, ‘한 번뿐인 만남’이라는 꽃말이 붙는다. 모두 밤에 피고 아침이면 사라지는 특성과 연결된다. 밤에만 피는 그 자태 때문에 ‘요염한 미인’이라는 꽃말도 지닌다.
여름철 실내에서 월하미인 기르는 법
월하미인은 관리가 어렵지 않아 실내 재배용 식물로도 인기가 높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며, 건조한 조건에도 잘 견딘다. 물은 2주에 한 번 정도 주고, 흙이 완전히 마르지 않도록 조절하면 된다. 잦은 물주기보다는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빛은 직사광선보다는 밝고 간접적인 빛이 적당하다. 강한 햇빛은 줄기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꽃을 자주 피우기 위해선 수분과 빛 조절이 핵심이다.
비료는 봄부터 초가을까지 2주 간격으로 준다. 선인장이나 다육식물 전용 비료를 희석해 사용한다. 휴면기에는 월 1회 정도로 줄인다. 비료를 줄 땐 반드시 토양을 촉촉하게 만들어 뿌리 손상을 방지해야 한다.
가지치기는 많지 않아도 된다. 시든 꽃과 마른 가지만 정리하면 식물의 영양분이 건강한 줄기로 향하게 된다.
번식은 잘라낸 줄기를 바로 심지 않고 하루 정도 건조시킨 뒤, 물빠짐 좋은 선인장 전용 흙에 심는다. 반그늘에서 키우고, 토양은 촉촉하게 유지하되 과습은 피한다.
분갈이는 2~3년에 한 번, 봄에 하면 좋다. 기존 화분보다 20~25% 더 큰 화분을 선택하고, 배수성과 통기성이 좋은 흙을 사용한다. 물은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한 번에 충분히 준다.
달빛 아래 피었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월하미인. 짧은 시간만 허락된 그 아름다움은, 자연이 허락한 가장 극적인 연출 중 하나다. 조건만 잘 맞추면 여름밤, 집 안에서 그 신비로운 순간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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