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2024년 중국 슈퍼마켓 업계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전환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국연쇄경영협회(CCFA)가 발표한 ‘2024 중국 슈퍼마켓 TOP100’ 자료에 따르면, 올해 TOP100 기업들의 총 매출은 약 9,000억 위안(한화 약 180조 원)으로 전년 대비 0.3% 소폭 증가한 반면, 총 점포 수는 약 2만 5,200개로 전년보다 9.8% 줄어들었다. 이는 전통적인 대규모 점포 중심의 확장 전략이 한계를 맞이하고, 이제는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과 전략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위권 기업들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월마트(중국)는 1,588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하며 1위를 수성했고, 전년 대비 19.6%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산하의 샘스클럽(산셩, 山姆) 회원제 매장은 고급 수입 상품과 프리미엄 서비스 전략을 앞세워 고소득층 소비자층을 공략, 성장을 견인했다. 샘스클럽의 경우 자사 브랜드인 ‘Member's Mark’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35%를 차지하며 수익 구조 개선에도 성공했다. 또 ‘1시간 내 배송’ 같은 빠른 물류 시스템과 온·오프라인 통합 운영은 500만 명 이상의 유료 회원을 확보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 됐다.
대형 유통 체인의 전통 강자 대룡발(大润发)은 764억 위안으로 2위를 차지하며,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했다. 대룡발은 매장 개편, 상품 전시 개선, 서비스 강화 등 전통 유통의 틀 속에서도 지속적인 체질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화동 지역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유통(新零售)의 대표 주자인 허마셴셩(盒马)의 약진이다. 750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TOP3에 진입했다. 허마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요 예측, 빠른 배송, 다양한 포맷(허마 프레시·허마 NB 등)의 출점 등으로 디지털 전환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특히 온라인 매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며 중국 내 유통 디지털화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중위권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일부 기업은 디지털 기술 접목, 커뮤니티 기반 유통 전략, 온라인 채널 강화 등을 통해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전통적인 경영 방식에 안주한 기업들은 매출과 점포 수가 동시에 줄며 순위가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물미(物美)는 다몰(Dmall)과의 협업을 통해 매장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커뮤니티 공동구매 채널을 확대하며 매출이 27.1% 성장해 순위를 끌어올렸다. 반면, 징커룽(京客隆) 같은 일부 지역 기반 유통사는 디지털화 부진과 소비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순위도 하락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회원제’와 ‘할인점’이라는 새로운 업태의 성장이다. 코스트코(Costco)는 단 7개의 매장으로 87억 위안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8.2% 성장했고, 회원 중심의 차별화된 SKU 전략이 고급 소비자층을 사로잡았다. 팡둥라이(胖东来)는 12개 매장으로 무려 81억 위안의 매출을 올리며 76% 성장률을 보였고, 높은 서비스 품질과 직원 만족도를 통해 ‘유통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다.
할인 유통의 대표 주자인 오알디(奥乐齐)는 점포 수를 5개만 늘렸지만 매출은 두 배인 20억 위안으로 급증하며 61위에 이름을 올렸다. 소규모지만 효율 중심의 운영 전략이 하위권 기업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지역별로는 화동 지역이 여전히 유통 시장의 중심지로, 월마트, 대룡발, 허마 등 주요 기업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화남 지역은 소비 밀도가 높고 커뮤니티 유통이 활성화되어 ‘첸다마(钱大妈)’ 같은 브랜드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 브랜드는 ‘전날 고기만 판매한다’는 콘셉트로 신선식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얻으며 성장했다.
업계는 단순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수준을 넘어, 전방위적인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다. 월마트는 물류 최적화를 통해 비용을 15% 절감했고, 허마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상품 추천을 통해 온라인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변화는 유통 산업의 경쟁력을 ‘데이터와 기술’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슈퍼마켓 시장은 단순한 순위 경쟁을 넘어 구조적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소비자의 기대 수준은 높아지고, 효율과 차별화가 요구되는 시대에서 유통기업들은 더욱 민첩하고 전략적인 경영이 필요하다"며 "결국 데이터 기반 운영, 고객 경험 강화, 그리고 차별화된 업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기업만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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